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원장이 10년 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세종도서 목록에서 탈락시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원장이 10년 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한강의 작품이 탈락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2014년 출판진흥원이 맡아 ‘민관 협동’ 방식으로 진행하는 세종도서 선정 사업에서 3차 후보에 올랐으나 끝내 탈락했다.
이와 관련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원장에게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의 나라에서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원장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훌륭한 작품인데도 심사 과정에서 선정되지 못한 점은 잘못이 있었다”며 돌아봤다.
김 원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건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앞서 한강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를 언급하며 “한강이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로 모든 지원에서 노골적으로 배제가 되면서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두려움까지 느꼈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태를 주도했던 사람들 중 다시 (문화예술계로) 돌아온 사람도 꽤 있다. 그래서 ‘이런 일(블랙리스트 사건)이 다시 일어나면 어떡하냐’며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문제를 한강 작가 개인의 서사로 치부하지 말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반면 한강 작가가 박근혜 정부 2014년에도 정부 지원 프로그램 혜택(해외 레지던시 사업)을 받는 등 국가로부터 탄압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한 보수 학부모 단체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공 ‘유해 성교육도서’로 간주해 폐기 처분할 것을 요청하는 경기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냈는데, 교육청이 이를 ‘참고용’이라며 각 학교에 보낸 사실도 알려졌다. ‘채식주의자’가 성과 인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강 의원은 “문화는 함부로 행정과 정치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며 “우리 음악이, 영화가, 문학이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정치는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