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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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안성재 주목… “이라크 파병 미군이 아시아 최고 셰프”

안성재 셰프가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엘르 스타일 어워즈 2024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안성재 셰프는 이라크에서 미군으로 복무한 후, 현재 아시아 최고의 셰프이자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7일(한국시간) 그의 독특한 여정을 조명하며, 그는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쉐린 3스타 셰프로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안 셰프는 13살의 나이에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왔고, 그 과정은 그와 그의 가족에게 있어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여정이었다. 

 

그는 “우리는 영어도 모르는 상태로 미국에 도착했다”며 힘든 시작을 회상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는 미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하게 됐고, 그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여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한미군을 거쳐 자원하여 9·11 사태 이후 이라크에 파병됐다.

 

안 셰프는 이라크 전쟁에 자원했을 때 주변에서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친지들로부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며, 이라크에 지원한 이유는 “이번이 내가 전쟁을 경험할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 생활을 “눈이 뜨여지는 경험”이라고 회상하며, “4년간의 군 경험은 내 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제대한 후 그는 포르셰 정비공이 되고자 했지만, 레이싱카에 대한 사랑이 그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정비공 훈련을 시작하기 2주 전,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운영 중이던 르 코르돈 블뢰 요리 학교의 셰프들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그들은 모두 흰 셔츠와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몰랐다”며, 상담 끝에 전격적으로 르 코르돈 블뢰에 입학하게 됐다.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안 셰프는 요리 인생에 들어선 것이 충동적 결정이었다고 말하면서도, 할머니의 손맛을 보며 성장한 경험이 요리에 대한 그의 애정을 더욱 깊게 해주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요리는 혈관을 돌아다니는 숙명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르 코르돈 블뢰를 마친 후, 안 셰프는 미국에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유명 레스토랑인 프렌치 런더리와 베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모수’를 열었고, 이 식당은 곧바로 미쉐린 1스타를 받으며 그의 이름을 샌프란시스코 미식업계에 알렸다.

 

이후 그는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모수 서울’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이해한 것을 활용하고 싶었다. 토종 식재료와 한국 문화, 유산들을 이용하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식문화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냈다. 모수 서울에서 그는 ‘혁신’을 주제로 요리를 선보이며, “모수에서 나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을 어떤 경계도, 장르도 없이 요리한다”고 밝혔다.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2022년에는 모수 서울이 미쉐린 3스타를 받게 됐다.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대해 그는 때때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자신 스스로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나는 정확하고 논리적이고 주의 깊게 말하고자 한다. 그들이 내가 말하는 바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참가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그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안 셰프는 “전 세계가 한국 문화와 음식, 파인다이닝에 매혹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그는 “한때 서울은 지나가는 경유지였지만 이제는 종착점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미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