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집단 이탈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제대로 된 대화의 장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한 위원 추천 요청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대통령실과 토론회 이후 두 번째 토론을 제안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등을 둘러싼 입장차가 명확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병상 축소’ 등을 이유로 이달 말 무기한 전면 파업을 예고하며 의료 공백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 위원 추천 마감일(18일)이 지났지만 “시한을 정하지 않고 의료계 추천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인력수급추계위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로, 의사·간호사 등 직종별 13명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 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명으로 과반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 위원 13명 중 7명을 의사 단체 추천으로 한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지만, 이들 단체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에 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머리를 맞대 인력 추계가 이뤄져도 결국 정부 측 인사 위주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이미 대입 수시 일정이 시작된 만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과 의료계의 두 번째 토론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지난번과 같이 기존 입장의 프로파간다(선전)를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진행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3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사측과의 교섭에서 요구한 ‘공공병상 축소 저지’와 ‘의료대란 책임 전가 중단’, ‘임금·근로조건 개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