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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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등에 업은 러시아, 한국에 빌린 2800억원 갚을까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진행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한·러 관계의 외교적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됐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새로운 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러시아에 빌려준 2800억원의 경협차관 상환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90년대 초 한국으로부터 빌린 돈 수천억원을 계속 갚지 않고 있다. 차관 상환이 수차례 지연되며 현재에 이르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제재와 전쟁 장기화로 앞으로도 상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북방정책의 일환인 ‘불곰사업’으로 러시아에 총 14억7000만달러의 차관을 제공한 바 있다. 한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2003년 채무 재조정을 통해 15억8000만 달러의 상환에 합의했지만 현재 남은 2800억원 상당(2억1000만달러)의 상환이 2023년 6월부터 지연되고 있다.

 

러시아는 2025년 12월까지 모든 원금을 갚기로 하고, 이에 따라 매년 두 차례(6월1일과 12월1일) 원금 35000만달러와 리보(LIBOR, 런던 은행 간 금리)에 0.5%포인트를 가산한 이자를 상환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달러화 송금이 어려워지자, 2023년 상·하반기와 2024년 상반기에 받았어야 할 원리금 약 1600억원(1억2000만달러)이 연체되며 전체적인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안도걸 의원은 “러-우 전쟁 장기화와 국제적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상환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러시아 측과 외교 서한, 실무협의 등을 통해 상환을 촉구 중으로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