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정책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산하 공공기관에서조차 가족돌봄휴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 산하 다수 공공기관의 가족돌봄휴가 사용률은 0%에 가깝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2022년과 올해 1∼6월 가족돌봄휴가 사용률이 0%였다. 한국고용정보원도 2022년 0.4%, 지난해 3.0%, 올해 1∼6월 0.8%의 직원이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사용률은 2022년 2.0%, 지난해 3.0%, 올해 1∼6월 1.0%에 그쳤다. 전체 12개 산하기관 중 3곳의 사용률이 한 자릿수였다.
2020년 도입된 가족돌봄휴가는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또는 자녀 양육으로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할 때 근로자가 쓸 수 있는 무급휴가다. 연간 최장 10일까지 하루 단위로 나눠 쓸 수 있는데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의 평균 사용 기간은 대개 1∼2일이었다.
가족돌봄휴가는 2012년부터 시행된 가족돌봄휴직에서 파생된 제도다. 가족돌봄휴직은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등 사유로 연간 최대 9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대상인 환경부의 산하 공공기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상하수도협회는 3년 연속 가족돌봄휴가 사용이 전무했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과 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와 올해 0∼1%대 사용률을 기록했다.
공공기관에서조차 사용률이 저조한 제도를 일반 기업 근로자들이 활용하긴 쉽지 않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올해 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9.0%가 가족돌봄휴가·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직급이 낮을수록 사용을 더 어려워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쓰기 어렵다’는 응답이 상위 관리자급에서는 셋 중 한 명꼴(34.4%)이었고, 일반 사원급에서는 셋 중 두 명꼴(68.5%)이었다.
기업이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고용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10곳 중 4곳꼴인 42.7%가 가족돌봄휴가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사용 실적이 있는 사업체는 5.0%에 그쳤다.
국회에는 무급인 가족돌봄휴가를 유급휴가로 인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말로만 저출생 극복을 외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부터 자유로운 가족돌봄휴가 사용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