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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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에 정부, 비대면 진료 금지 검토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이 매릴린 먼로의 옛 옷을 입기 위해 3주 만에 7kg을 감량했을 당시 위고비 처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 가격은 4회 투약분이 37만2025원이지만 비급여의약품이고 찾는 환자들이 몰려 벌써 80만원선을 넘어섰다고 전해졌는데, 과열된 열기에 정부가 부작용 등을 우려해 비대면 진료로 위고비 처방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 중인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해 준다. 이에 쉽게 다이어트를 하려는 이들이 약 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위고비 두 달치를 처방 받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이 걸리지 않는다. 췌장이나 신장 병력이 있다면 사용해선 안 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임신 여부나 기저 질환도 묻지 않은 것은 물론, 부작용 고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손쉽게 위고비를 처방 받았다는 각종 경험담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원칙대로라면 위고비는 BMI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에 한해 처방해야 하지만 출시하자마자 오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위고비를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법 판매량과 오남용 정도 등 다각도 모니터링 중”이라며 “비만학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는 “'약만 가지고 빼겠다'하면 끊는 순간 다시 원래대로 바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김경곤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 회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만은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여성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비만 진행을 막고 예방을 위해 열심히 관리를 하시는 것”이라며 “약품은 굉장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식욕이 확 떨어지면 물도 잘 안 드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탈수가 올 수 있는데 탈수는 콩팥에 손상을 줘 급성 콩팥병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이 위고비를 잘못 쓰면 혈당이 갑자기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당뇨병의 합병증인 망막증이 악화해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비만 같은 경우 아직도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며 “'약의 도움을 좀 받는다' 정도로 생각하시면서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