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장녀인 마리나(58)가 자신의 아버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꼴이라는 평가에 항변했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메사제로에 따르면 마리나는 전날 저녁 로마에서 열린 한 행사에 등장해 “아버지는 진정한 자유주의자였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민족주의, 극단주의, 보호주의, 고립주의 등 많은 ‘주의’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과 무역에 대한 보호주의적 입장을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나는 항상 친공화당 성향이었지만 트럼프의 많은 발언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구를 선택할지는 어려운 문제라며 “미국이 분열과 대립의 긴 시기를 맞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고, 갖가지 스캔들을 몰고 다녔으며 거침없는 말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금발의 베를루스코니’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다섯 자녀 중 장녀인 마리나는 지난해 6월 아버지가 사망한 뒤 베를루스코니 가문의 지주회사 핀인베스트의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가 창당한 전진이탈리아(FI)의 주요 후원자로서 이탈리아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FI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우파 집권 연정에 속해 있으며 대표인 안토니오 타야니는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은행 횡재세 법안을 마련했지만 마리나의 공개 비판 발언 이후 FI의 조직적인 반대로 폐기됐을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