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최고 유명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AI(인공지능) 합성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가짜뉴스’였다. 세대를 막론한 거대 팬덤이 따르고, 공연과 일거수일투족이 사회·경제·문화적 현상이 되는 스위프트는 민주당 후보 ‘해리스’가 “자신이 믿는 권리를 위해 싸워줄 전사”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트럼프의 뒤끝이 작렬했지만 트럼프다운 습관성 거짓말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그러나 가짜뉴스가 일과성 화제로 끝나지 않고 개인과 사회에 인지적·감정적·행동적 차원에서 엄청난 혼돈을 일으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9일 영국 북서부 사우스포트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한 17살 청년의 칼부림 범죄 사건은 단적인 사례다. 르완다 이민자 2세대 출신 영국 국적 범죄자로 인해 어린이 3명이 사망하고 많은 시민이 부상했다. 있어서는 안 될 범죄였다. 불행하게도 이 사건은 SNS에서 ‘이슬람 이민자가 아동 3명 살해, 피의자는 보트를 타고 와 난민 신청을 한 무슬림’이라는 인종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가짜뉴스로 전파되었다. 결과는 영국 12개 지역에서 폭력, 약탈, 부상이 이어지는 심각한 폭동 사태의 야기였다.
첨단의 디지털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온라인 디지털 가짜뉴스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한 대처를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사실과 의견의 구분’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2021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사실과 의견 구별 능력’은 OECD 평균인 47.7%에 훨씬 못 미치는 25.6%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는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고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읽기 능력”이 상위 수준인 한국 학생들을 고려할 때 예외적인 독특한 사례로 언급했다.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이 OECD 평균 이하임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들어 SNS를 포함한 온라인 미디어(인터넷, 모바일, PC, 메신저, 동영상 등)를 통한 뉴스 이용이 텔레비전을 포함하는 전통 미디어를 앞서기 시작했고, 갈수록 격차는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언론수용자 의식조사’, 한국 언론진흥재단). 청소년의 온라인 미디어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왜곡된 의견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한 까닭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시급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기사입력 2024-10-27 22:57:51
기사수정 2024-10-27 22: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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