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출범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의 운명을 가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가 27일 치러졌다.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의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중의원 전체 465석의 주인을 새로 뽑는다. 지역구, 비례대표를 합해 1344명이 출마해 2021년 선거 때보다 293명 늘었다. 여성 후보는 314명으로 2009년 중의원 선거(229명)를 넘어 역대 가장 많다.
전국 약 4만5000곳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7시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도쿄 신주쿠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 육아정책이 (각 당별로) 어떤지를 따져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여야 각당은 선거운동 기간 중 정치개혁,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격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파문과 고물가 대책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자민당은 비자금 파문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 경제를 제대로 이끌 수권정당임을 강조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은 자민당이 비자금 파문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고, 정치개혁에도 의지가 없다고 공격했다.
선거 운동 기간 중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과반수(233석) 의석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진 자민당 총재 이시바 총리는 “겸허하고 성실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으나 NHK방송 출구조사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다고 예측됐다. 이로써 지난 1일 출범해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시바 정권은 정권 유지 자체가 어려운 위기 상황을 맞았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스스로 퇴진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진 사퇴를 하지 않더라도 조기에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현실화될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