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9.85%(204만30주)를 공개매수했다고 28일 공시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우군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도 지분 1.41%(29만1272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은 11.26%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사들인 204만30주를 앞서 밝힌 대로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주당 89만원에 고려아연 보통주 414만657주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수는 233만1302주로 목표치를 밑돌았다. 당초 고려아연 측은 MBK 연합보다 높은 89만원의 공개 매수가를 제시해 유통주 대부분에 해당하는 최대 약 20% 지분을 매수함으로써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저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앞서 MBK 연합이 지난 14일 먼저 끝낸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먼저 확보함으로써 시중 유통 물량이 감소해 고려아연 측이 목표한 최대치보다 공개매수에 응한 청약이 적었다.
최 회장 측은 우군인 베인케피털과 함께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포함하면 고려아연 지분율을 33.99%에서 35.4%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개매수를 끝낸 영풍·MBK 연합은 38.47%까지 높인 상태다.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모수가 작아져 MBK 연합 측과 최 회장 측 지분이 각각 약 43%, 40%로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장내 매수 및 우호 지분을 통한 지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면 조속히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경영권 확보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져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대전을 거쳐 본격적인 주총 의결권 대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양측 모두 공개매수 후에도 안정적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향후에도 장내 매수 및 우호 지분 확보 등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다수의 주주들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공개매수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도록 소신 있는 판단을 해 주신주주들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풍∙MBK는 “우리 공개매수가(83만원)보다 주당 6만원이나 높았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많은 수의 주주들이 청약하지 않은 점은 그만큼 무너진 고려아연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바로 세우겠다는 MBK와 영풍의 대의에 동참하고 이를 지지하는 주주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주들이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당 89만원에 진행되는 공개매수에 응해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수익을 취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거버넌스 개선이 이뤄지면 기업가치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기 때문에 11%대 초반 청약률이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은 주주들의 판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사용되지 않은 차입금을 상환함으로써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고려아연의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