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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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훈장 거부한 교수 “수여하는 사람도 자격 있어야”

인천의 한 대학교수가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했다. 당사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다.

 

28일 국립 인천대학교 김철홍 교수(산업경영공학과)는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란 글을 통해서 이번 내용을 세부적으로 알렸다. 내년 2월 정년에 앞서 대학본부 측으로부터 훈·포장 수여를 위한 교육부 제출 공적조서 작성 연락이 최근 있었다고 한다. 당시 양식을 앞에 두고서 ‘훈장을 받아도 되는가’ 등 여러 생각이 스쳤다.

 

김 교수는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김 교수는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렬이 되어야 하는가”라면서 “나는 만약에 받더라도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강한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눠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긴다고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고,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옜다,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란 말로 글을 마무리한 김 교수는 “길지 않은 가을날에 여사님 손잡고 단풍이라도 즐기길 권한다”면서 “훈장 안 받는 한풀이라 해도 좋고, 용기 없는 책상물림 선생의 소심한 저항이라고 해도 좋다”고 자신만의 생각을 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