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실(1인실)은 보통 징벌식으로 사용되는데, 이곳처럼 비징벌식 독거실이 있습니다. 전자는 징벌이기 때문에 시설이 낙후되거나 좋지 않습니다. 반면 이곳은 깔끔하고 시설도 좋죠. 후자는 상대적으로 힘든 업무(취사·조리)를 하는 수용자를 위한 것으로, 업무에 대한 혜택인 거죠.”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40여명의 사람들이 복도 옆에 일렬로 설치된 독거실의 문을 열어 안을 구경하거나 근처 교도관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그리고 이들 근처엔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라고 적힌 표식을 단 기동순찰대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CJ ENM 신인 창작지원센터 오펜(O’PEN)의 ‘오펜 스토리텔러’ 사업에 참여 중인 작가들로, 오펜은 이날 드라마·영화 대본(시나리오) 창작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교도소 현장학습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학습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담배, 라이터 등 소지품을 대부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신분 조회도 철저했고, 인원수까지 확인한 뒤 이동이 가능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교도소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스산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하얀색으로 칠해진 내벽과 형광등이 만들어내는 빛으로 밝은 느낌도 줬다. 작업장이나 교육장에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예컨대 웹툰 교육장에는 20여명의 훈련생들이 드로잉패드에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인섭 직업훈련실장은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성적이 좋으며 배우는 수용자들의 열정도 높다”며 “출소 후 웹툰 업계에서 일을 하는 등 사회적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작가들은 인쇄 작업장과 조리 교육소, 웹툰 교육장 3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제일 많은 관심을 받은 곳은 독거실. 일명 ‘독방’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4.61㎡의 겨우 몸을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TV를 비롯해 사비로 구입한 책, 컵라면, 연고 등도 비치돼 있었다.
한 교도관은 “상대적으로 수용생활이 모범적인 수용자가 머무는 곳이지만 일회용 면도기 등 위험한 물건은 절대 반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독거실 안쪽 천장에 위치한 반구 형태의 반사판을 가리키면서 “수용자의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현장학습을 통해 평소 매체를 통해 알려진 모습을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못 묘사된 부분을 바로잡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신동주 작가(8기)는 “어둡거나 칙칙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수용자들이 평범한 인상이어서 신기했다”며 “오감으로 느낀 것이 많은데, 독거실 안에 들어가 수용자의 소지품을 본 것이 작품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CJ ENM 관계자는 “‘오펜’을 통해 유능한 창작자들이 뛰어난 작품으로 빛나도록 도울 것”이라며 “K콘텐츠를 선도하는 리더로서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