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임시주주총회에서 맞붙는다. 양측 모두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주총 전까지 치열한 지분 확보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영풍·MBK는 28일 고려아연에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사외이사 12명과 기타상무이사 2명 선임에 나섰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3명 중 장형진 영풍 고문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다. 이사회를 27명으로 확대하고 이 중 과반을 차지해 최 회장의 경영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집행임원제 도입도 추진한다.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 이사회는 모든 주주를 대표해 회사의 중요사항 결정과 집행임원에 대한 감독권자 역할을 하고, 대표집행임원(CEO)이나 재무집행임원(CFO), 기술집행임원(CTO) 등 집행임원이 실질적인 집행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영풍·MBK는 “독립적인 업무집행 감독 기능을 상실한 기존 이사회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며 “영풍·MBK와 최 회장을 포함한 주주는 이사회까지만 참여하고 회사 경영은 집행임원이 실행해 고려아연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시주총 일정은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최 회장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시주총은 열릴 수 없다. 이 경우 영풍·MBK가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하기에 주총은 내년 초가 될 수 있다. 주총이 열려도 신규 이사 선임은 2분의 1 이상, 정관 변경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공개매수 경쟁 후 우호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은 35.42%,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38.47%로, 3%포인트 차이다.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은 9.85%, 베인캐피털은 1.41%를 각각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밝힌 대로 사들인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지분율은 최 회장 40%대 초반, 영풍·MBK 42%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남은 20% 지분을 끌어들이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신탁계약으로 사들인 자사주 지분 2.41% 중 약 1%의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BK 측은 규정상 신탁계약 지분은 계약 체결일 6개월 후 해지할 수 있기에 4월 말까지는 의결권을 되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영풍·MBK는 ‘적대적 M&A(인수합병)’ 야욕을 버리지 않은 채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나섰다”며 “쓰디쓴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풍·MBK는 “다수의 주주가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맞섰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4.23% 상승한 130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 회장과 MBK·영풍 측 모두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내매수를 통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고려아연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을 경우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시장경보제도를 운영 중이다. 투자경고 단계로 넘어갈 경우 거래가 일시 정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