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달앱 외식업주 수수료 상생안 마련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 해외 배달앱 수수료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각각 차등수수료(2~9.8%)와 단일 수수료(5%)를 상생안으로 내놓은 상황인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배달앱들은 최대 35%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매기고 있기 때문.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지역 지자체는 외식업주의 부담이 크다며 수년 전 ‘중개수수료 15% 상한제’ 조례안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입점업체 수입 감소, 배달음식 가격 상승 우려가 대두되면서 철회된 상태다.
29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미국 배달업계 1위 도어대시와 일본 우버이츠, 미국 그럽허브는 한국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와 비교해 외식업주들에게 매기는 수수료 비용이 최대 74%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개수수료과 결제대행수수료를 포함해 업주가 매기는 비용은 해외의 경우 주문금액 대비 40%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20%대 초반에 이르고 있다.
한국 주요 배달업체는 입점업체에 건당 중개수수료(9.8%)와 배달비(2900원)과 결제대행수수료(3%)를 책정한다.
해외는 대부분 3단계에 거친 요금제(15~30%)를 운영한다. 일본 우버이츠의 경우 35%를 수수료율을 매긴다. 수수료가 높은 만큼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포함돼 있다.
결제대행수수료의 경우 업체마다 ‘2.5~3% 이상+0.3달러’의 조건을 부과하는데, 이는 한국(3%)보다 높다.
만약 3만원짜리 치킨을 한미일 배달앱에서 똑같이 주문할 경우 가장 업주 부담이 높은 곳은 일본 우버이츠로, 중개수수료(1만500원·30%)와 결제대행수수료(1200원)를 포함해 1만1700원을 업주가 부담한다.
한국 배달앱(6740원)보다 74% 가량 높은 금액이다. 도어대시(29%), 그럽허브(25%) 미국 뿐 아니라, 동남아 그랩(최대 30%), 유럽 딜리버루(최대 35%) 등 다른 지역의 수수료율도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기사 수수료 부담이 수수료 안에 포함돼 있지만, 수수료율 자체가 높다보니 한국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20~30%의 수수료를 내도 시간과 거리에 따라 추가 배달비를 업주에 부과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해외 주요 배달앱들은 3단계 수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수료율이 높아질수록 고객들의 배달비 부담이 낮아진다”라고 강조한다.
15% 수수료 요금제를 쓰는 업주의 음식을 고른 고객이 내는 배달비가 7000~8000원이라면, 수수료율이 30%로 뛰면 고객 배달비가 2000~3000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식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해외 배달앱은 고객이 배달비 부담을 낮추면 그만큼 업주 매출이 높아진다는 식의 수수료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입점업체들이 15% 수준의 수수료를 선택할 수 있지만, 고객 배달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매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월 주문 횟수가 20회 미달하면 수수료 0%를 적용하거나, 한달치 수수료를 환급해주는 것이 우버이츠나 도어대시 정책이다. 그러나 도어대시 등 주요 해외 배달앱은 여전히 매출 대비 적자 상태다.
고객 관점에서는 음식 주문 부담이 해외가 한국보다 훨씬 크다.
기본적으로 구독형 멤버십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기본 배달비는 무료다. 도어대시 도어패스와 그럽허브 플러스(9.99달러·1만3800원), 일본 우버이츠(498엔·4500원) 등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별도의 플랫폼 서비스 비용(2000~4000원 수준)과 배달기사 팁(주문금액의 10~20%), 세금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무료배달을 이용하는 멤버십 소비자는 음식가격만 부담하면 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배달팁과 서비스 이용료 등 부담이 커지면서 배달비용이 음식가격보다 비싸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품비용과 프로모션 비용 등이 포함될 경우 업주 부담은 더욱 커진다.
최근 SNS 등에 회자된 한 미국 그럽허브 외식업주 수수료 납부 계산서를 보면, 46개 배달주문으로 138만원(1042달러)을 냈다.
이 가운데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마케팅 프로모션 등으로 666달러를 제외한 49만원(376달러)만 업주에게 지급됐다. 매출의 66%가량이 수수료 등으로 빠진 것이다.
반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293개 입점업체를 조사한 결과, 한달 중개수수료와 배달료, 광고비 등 평균 비용은 매출의 24% 수준이었다.
한국 배달앱도 광고나 프로모션 같은 비용을 합치면 비용이 높아질 수 있지만, 미국 등보다 절대적인 수수료율 측면에서 낮다.
업계에서는 해외 상황에 발맞춰 한국 배달앱 수수료율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주가 수수료 15% 상한제를 지난 2021년 지자체 조례 등으로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뉴욕시는 그럽허브 등 현지 배달앱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조례가 배달 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배달앱들의 손을 들어줬다. 무산된 결정적인 배경은 입점업체와 배달기사 수입 감소와 음식가격 상승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구직사이트 탤런트닷컴 등 미국 배달기사 평균 연봉은 월 475만원(연 4만2900달러)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출 경우 배달앱이 배달기사에 지급하는 기사 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산업연구원의 지난해 분석을 보면 한국 배달기사의 월 평균소득은 354만원 수준으로 미국보단 낮은 상황이다.
최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는 종전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준의 수수료 방안을 제시했지만, 차등 수수료 적용 대상이나 배달비 부담 이슈를 두고 아직 논쟁 중이다. 30일 배달 상생협의체는 9차 회의를 열고 상생안을 논의한다.
업계 관계자는 “입점업체 수익성 악화가 최우선 과제지만 배달앱 비즈니스의 최소 손익분기점(BEP) 파악도 중요하다”며 “글로벌 배달앱의 경영상황과 입점업체, 배달업계를 둘러싼 종합적인 해결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