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를 중심으로 관리자 승진을 기피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젊은층이 직급과 명예보다 ‘워라벨’(일과 가정의 균형) 등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생긴 변화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9일 영국 가디언,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Z세대 사이에서 관리자가 승진을 늦추려고 하는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 임원으로 승진해 높은 연봉을 받고 명예를 얻는 것이 성공의 지표로 여겨졌던 과거 직장문화가 달라진 것이다.
더타임스는 의도적 언보싱은 직장 내 성공보다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HR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Z세대(1997년~2012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는 중간 관리자를 원치 않는다고 답변했다. 69%는 중간 관리자가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보상은 낮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2%는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월터스 관계자는 “원격 근무에 익숙한 Z세대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덜하다”면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기피하는 것이 나중에 고용주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회사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54.8%)은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승진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43.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임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20.0%),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 ‘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11.1%), ‘회사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9.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승진에 대해서는 ‘남들과 비슷하게 승진하면 된다’는 의견이 50.8%로 가장 많았다. ‘승진에 크게 관심이 없다’(19.5%), ‘승진하고 싶지 않다’(3.3%)는 답변 비중도 각각 19.5%, 3.3%에 달했다.
다만 Z세대가 승진을 기피하는 것은 적정한 보상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이라 지적도 나온다. 확실한 보상이 뒷받침된다면 Z세대라고 굳이 승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진학사의 채용 플랫폼 캐치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72%가 임원 승진 욕심이 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높은 연봉과 보너스(61%)를 꼽았다.
‘주 6일제 임원으로 승진’과 ‘주 4일제 사원으로 남기’ 중 승진을 택한 비율은 54%, 사원을 고른 비중은 46%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