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을 미끼로 지인들에게 20여억원을 가로챈 울산의 한 대기업 전 노조간부들이 구속됐다.
울산경찰청은 대기업 노조 간부 출신인 60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한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인들의 자녀 취업을 미끼로 3명으로부터 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울산의 유력 대기업에서 30여년간 재직하며 노조 간부인 대의원을 여러 차례 지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이런 자신의 경력을 내세웠다. “노조 간부들과 인사부서 직원들을 잘 알고 있다”, “내게 부탁하면 자녀들을 정규직으로 취업시켜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이다. A씨는 현재 정년퇴직한 상태다.
이렇게 가로챈 돈은 주식 투자로 탕진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에게 채용을 청탁한 이들 중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은 경찰이 같은 노조 간부 50대 B씨의 취업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노조활동을 하며 가까워졌는데, A씨는 자신에게 취업을 청탁하는 지인들을 B씨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B씨는 노조 사업부 대표를 맡거나 집행부에서 활동하는 등 노조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는 2017년 3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30명에게 23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30여명의 실제 취업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B씨의 범행은 더 치밀했다. 회사 인사팀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해 문자를 보내고, 인사팀의 안내 문자를 전달하는 것처럼 가장해 입사가 확정된 척 피해자들을 속였다.
그는 가로챈 돈의 일부는 골프나 유흥을 즐기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이 되지 않은 것을 알고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는 돌려막기식으로 돈을 돌려주면서 범행을 이어갔다. B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B씨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인이나 노조 간부 추천으로 대기업 입사가 가능할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속이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면서 “유사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