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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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새 행정부와 협상 주도권 확보 의도

美 대선 전후 군사도발 카드 만지작

트럼프·바이든 취임 때도 미사일 발사
대기권 재진입 기술·새 전술핵 점검도

국방정보본부가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미 대선 전후 군사적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北 전략미사일기지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을 둘러보면서 전략미사일 근무 병사들의 당직근무 상태 등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전략미사일기지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13일 핵탄두 생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미국 대선 50여일을 앞두고 처음으로 HEU 제조시설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HEU 제조시설 공개는 미 대선 후 새로운 행정부와의 핵담판을 상정하고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하면서 북한이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이날 국방정보본부의 분석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관측을 뒷받침한다. ICBM급 미사일의 이동식발사대(TEL)가 특정 지역에 배치됐고, 풍계리 핵실험장 내부도 이미 실험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사실은 북한이 언제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미 대선 전후 대담한 도발을 시도했다. 3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1년 3월 전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에도 취임 23일 만에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해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ICBM 발사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대선을 겨냥해 전략적 억제력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전략무기 개량을 위한 기술적 측면의 도발도 있을 수 있다. ICBM 기술적 수준과 실전 운용능력을 높이려는 노림수도 함께 깔려 있다는 것이다. 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전술핵의 성능 점검 등을 위해 7차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실장은 “북한이 ICBM과 핵실험을 노출하는 것은 유럽에 집중된 서방의 시선을 자신들의 무기개발 이슈로 흔드는 것”이라며 “핵실험은 측정장비를 갱도에 넣어서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는 끝났다는 의미로서 ‘핵실험 임박설’과 구분해야 하나, ICBM은 기술 진화 및 추가 모델 공개 등의 필요가 있어서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