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의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내륙 깊숙이 있는 핵심 군사시설 등을 타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북유럽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를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맞는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백악관만 알고 있는 기밀 사항이 NYT 같은 특정 언론사에 유출된 사실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구는 지난 9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따로 시간을 내 수도 워싱턴에 가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필승 전략’을 브리핑했는데, 여기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제공 요청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필승 전략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우크라이나군의 무기와 장비를 첨단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토의 핵심 회원국인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직접 나서 “전쟁 중인 나라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당장 나토 회원국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1970년대에 개발돼 1980년대 초 미군이 도입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은 1991년 걸프전쟁 당시 이라크의 군사시설 파괴에 크게 기여하며 명성을 떨쳤다. dpa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2400㎞에 이른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예카테린부르크 같은 러시아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자국 영토 내에 형성된 전선을 벗어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점령했다. 러시아 본토를 전쟁에 끌어들임으로써 러시아 장병과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릴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허를 찔린 것처럼 당황했던 러시아군은 곧 안정을 되찾고 되레 우크라이나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만 더 넓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쿠르스크 작전의 효과에 회의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