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도광산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일이 외교채널을 통해 막판까지 소통하고 있지만, 추도식 개최 하루 전까지 양측이 '정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추도식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23일 제기된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우리 정부가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낸 '약속'이다. 당시 외교부는 일본이 조선인의 강제징용을 비롯한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인 것 외에도 중앙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도광산 추도식을 매년 개최하기로 한 것이 성과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추도식 날짜가 임박해 오자 다급해진 것은 일본이 아닌 우리 측이었다. 일본 측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외교부가 기자단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던 백브리핑이 두 차례 취소가 되는 이례적 해프닝도 연출이 됐다. 특히 추도식 개최 이틀 앞둔 시점에서 예정된 브리핑은 시작 5분 전에 외교부의 '자체 결정'으로 파행되기도 했다.
사도광산 추도식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추도사 내용도 여전히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일본 측에서 '강제징용'을 인정하는 언급을 넣는지 여부가 일본 측의 '성의와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 모든 사안들이 어떻게 정리되는 지는 추도식 당일에 가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막판까지 최종 조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불가피한 외교부의 대처와 일련의 해프닝은 한일 간 사전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우리 외교부가 발을 동동 굴리는 사이에 일본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공식 개최되는 추도식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축하'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본 니가타현 지사인 하나즈미 히데요는 최근 한 정례브리핑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이 세계유산 등재를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내뱉으며 논란의 불씨를 가중했다.
여기에 일본 외무성은 사도광산 추도식이 개최되기 이틀을 앞둔 시점에서 중앙정부 대표 참석자를 발탁했다고 발표했는데, 참석자인 이쿠이나 아키코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도 아쉽다. 외교부 당국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은 애당초 유가족만을 위한 특별한 행사는 아니었다"라고 언급하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평생을 역사의 유산이라는 죄 없는 고통을 안고 산 유가족을 생각한다면 이는 '궤변'을 넘어 망발에 가깝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 당국자는 "이 행사가 한일 간 공동 주최라고 언급된 적도 없고 형식적으로 보면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참석하는 것"이라며 "언론에서 이 행사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도 언급했다.
<뉴스1>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