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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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주가 흥국생명을 울리고 웃겼다… 패배 잊은 ‘거미군단’, 현대건설 꺾고 개막 9연승 질주하며 독주 태세 갖춰

흥국생명의 4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가 팀을 울렸다가 웃겼다. 긴박한 클러치 상황에서 결정적인 범실과 서브득점을 터뜨린 정윤주의 활약 속에 흥국생명이 개막 후 연승 행진을 ‘9’로 늘렸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현대건설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7 35-37 27-25 25-12)으로 이겼다. 지난달 19일 개막 후 9경기에서 패배라는 두 글자를 잊고 9연승을 내달린 흥국생명은 승점 3을 챙겨 승점 26(9승)이 됐다. 2위 현대건설(승점 21, 7승3패)와의 승점 차는 5로, 한 경기 덜 치렀음을 감안하면 승점 8까지 벌릴 수 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올 시즌 초반 확실한 독주태세를 갖춘 흥국생명이다.

 

시즌 초반 여자부의 선두 싸움의 판도를 좌우할 최대 빅매치로 꼽힌 이날 경기는 1세트만 해도 싱겁게 진행됐다. 흥국생명의 연이은 블로킹과 현대건설의 공격범실이 쏟아나오며 10-0으로 크게 벌어진 것.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0-8에서 범실 2개를 저지른 ‘카메룬 특급’ 모마를 빼고 경기에 임했다. 외국인 주포 없이 국내선수들과 아시아쿼터 위파이(태국)이 똘똘 뭉쳐 추격전을 개시했지만, 경기 초반에 너무나 벌어진 격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격언이 생각나려는 순간, 현대건설의 경기력이 2세트부터 180도 달라졌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 김다인의 노련한 경기운영 속에 정지윤, 이다현, 양효진, 김연견 등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이 똘똘 뭉쳐 외국인 선수 없이 흥국생명과 대등하게 싸웠다.

 

2세트는 25점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고 듀스에 돌입했고, 일진일퇴 공방전을 거듭한 끝에 35-35까지 승부가 흘렀다. 그러나 흥국생명 투트쿠(튀르키예)의 중앙 백어택이 라인을 벗어난 이후 위파위의 서브를 정윤주가 아웃으로 생각해 뒤로 흘렸으나, 코트 안쪽에 정확히 떨어지면서 길었던 듀스 승부가 끝이났다.

 

승부의 물줄기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뒤 맞이한 3세트.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여전히 모마를 벤치에 둔채 국내 선수들의 짜임새로 흥국생명에 맞섰다. 3세트도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지면서 또 한 번 듀스에 돌입했다.

 

2세트 듀스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정윤주가 전매특허인 서브로 팀을 살렸다. 25-25에서 특유의 돌고래 점프로 뛰어올라 강서브를 날렸고, 이는 국가대표 리베로인 김연견조차 손댈 수 없는 절묘한 코스에 떨어졌다. 26-25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흥국생명, 클러치 상황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김연경이 분연히 나섰다. 본인이 직접 디그를 한 뒤 이고은의 토스를 받아 3세트를 가져오는 퀵오픈을 성공시켰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쥐어짜낸 현대건설은 4세트 들어 경기력이 급전직하했다. 흥국생명이 세트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간 끝에 큰 점수차로 승리하며 승점 3을 모두 챙겼다.

 

흥국생명은 ‘배구여제’ 김연경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28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공격성공률은 50.00%로 다시 한 번 배구여제의 위용을 증명해낸 김연경이다. 투트쿠가 14점, 공격성공률 26.67%로 부진한 가운데, 정윤주가 리시브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였지만 공격에서 제 몫을 다 해내며 21점(36.54%)을 올리며 2옵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 대부분을 모마 없이 치른 현대건설은 정지윤(15점), 위파위(13점), 이다현(11점), 나현수(14점)까지 주전 4명이 고른 공격 분포를 가져가며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지만, 3세트 듀스 패배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모마가 없을 때 주포 역할을 해줘야할 양효진도 블로킹 없이 단 8점에 그친 것도 클러치 상황에서 이겨내지 못한 이유가 됐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