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소감에서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는 사자성어가 눈에 띈다.
넓고 큰 바닷속의 좁쌀 한 알이라는 뜻으로 아주 많거나 넓은 것 가운데 있는 매우 하찮고 작은 것을 이르는 말인데,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 국민들이 겪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앞으로 의연하게 대처해나가겠다는 이 대표의 각오로도 들린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판결은 이 대표가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 등장한 지 약 1시간 만에 나왔다.
이 대표는 오후 2시45분쯤 법원에서 나와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지만 제가 겪는 어려움은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창해일속’을 언급한 이 대표는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은 미미하다”라며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특히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이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는 메시지를 정부와 국민의힘에도 남겼다.
여유로운 미소가 어두운 낯빛으로 바뀌었던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과 비교하면, 이날 법원에서 나온 이 대표의 표정에서는 다소 여유가 묻어난 듯도 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1시50분쯤 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취재진의 ‘유무죄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거나 ‘위증의 고의성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법원 앞을 가득 메운 40여명의 민주당 의원 한 명 한 명과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인사했다.
법원에 들어서기 전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을 앞뒀을 때와 똑같았다.
다만,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후 법원을 나선 이 대표는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진 채로 판결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혔었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고 지목된 시기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른바 ‘검사 사칭’으로 유죄가 나온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는 등의 이유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던 때였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김 전 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그는 김씨에게 “김 전 시장이 KBS 측과 협의로 이 대표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취지로 증언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