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성 사업을 끼워 넣는 '쪽지 예산' 탓에 국고보조금 2천500여억원이 부당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6일 '국고보조금 편성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문예회관 건립 지원, 체육진흥시설 지원, 문화관광자원 개발 조성 등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지방이양사업 20건에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비 2천520억원이 편성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 분권을 촉진하고자 사업의 성격 등을 고려해 국고보조사업과 지방이양사업을 구분한 보조금법 시행령을 2005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권한과 재원 등이 지방으로 넘어간 사업은 지난 6월 기준으로 292개다.
이번에 적발된 국고보조금 부당 지급 사례 중 13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의원실을 통해 보조금 지원을 요구한 경우였고, 7개 사업은 의원실이 독자적으로 국고보조금을 편성한 사례였다.
특히 이들 사업 예산은 매년 연말 국회의 예산안 처리 막바지에 편성돼 타당성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했고, 현재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전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사는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양측의 극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소(小)소위원회'를 만들어 최종 예산 배정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각 의원의 지역구 민원성 예산(쪽지 예산)이 포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감사원은 "보조금법 시행령에 국비 지원이 가능한 사업과 불가능한 사업의 구분이 일부 불명확하게 규정돼 자의적으로 해석·운영될 여지가 있는 것이 주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에 지방이양사업의 세부 내용이 보조금법 시행령에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게 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이번 감사를 통해 국고보조금시스템과 국가개발연구사업 통합정보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아 국고보조사업과 연구개발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업자 9곳이 동일한 증빙으로 인건비 등을 중복으로 수령하는 부정 수급 실태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기재부에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에는 보조금 중복 수령업체들에 대한 적정한 법적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각각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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