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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조약 비준서 교환 위해 김정은, 러 직접 방문 가능성” [세계초대석]

김영호 통일부 장관

北, 우크라전 올인… 파병 대가 노림수
러서 첨단기술 이전 땐 핵 위협 고조

北 핵 보유국 고수·러 파병 상황에서
트럼프, 北과 대화 재개 쉽지 않을 듯

북·미 군축회담땐 동북아 ‘핵 도미노’
우리정부 ‘완전한 비핵화’ 입장 확고

‘후계자’ 김주애 호칭·예우수준 격상
4대 세습 작업… 체제 불확실성 반증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 복원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 대선 승리로 한국 안보의 버팀목이던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미 대화 재개 여부도 관심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북한 인권 상황,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향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21일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과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 인권 상황과 납북자·억류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 노력 등 현안에 대한 의견과 전망을 들었다. 김 장관은 인터뷰에서 “북·러 조약의 비준, 많은 무기, 병력까지 가는 걸 보면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의 파병으로 첨단군사기술 이전과 경제적 반대급부를 활용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강화된다면,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화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러 신조약 비준서 교환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스크바 직접 방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은.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비준됐다. 북한과 러시아 양국의 국내법적 절차가 완료됐다. 비준서 교환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지난 6월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했다. 시기는 예단할 수 없지만, 모스크바 직접 방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문 시기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도 있을 거다.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 가게 된다면, 미국 신행정부 출범 전이 될지 후가 될지 그런 요소들이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북한 인권 상황,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향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북한군 파병이 전황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푸틴 대통령이 북한 파병을 요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에 있어서 전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병 요청은 러시아가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본다. 북한군은 1만여명이 파병돼 있으며 전장 배치가 완료됐고, 전투에 참여 중으로 평가한다. 새로운 사태의 진전 상황이라면 지금까지는 포탄과 미사일이 지원됐고, 병력도 지원을 받았다. 최근엔 170㎜ 자주포, 240㎜ 방사포도 수출된 정황이 파악됐다. 북한의 포가 갔으면 운용 병력도 함께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올인하고 있다.”

 

—북한의 파병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은.

 

“북한군 파병으로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요인이 대단히 많다. 첫째는 핵과 미사일, 군사정찰위성이라든지, 핵추진 잠수함, 드론 관련 첨단군사 기술을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을 수 있다. 둘째, 포탄과 병력 지원 대가로 받는 경제적 반대급부다. 이를 활용해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확대되거나 강화된다면, 핵과 미사일 위협이 더욱 심화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북한 인권 상황,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향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북·미 대화 재개 여부가 관심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국제정세가 변했고, 북한 내부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간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핵과 미사일이 트럼프 1기 집권 당시보다 훨씬 고도화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북한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이뤄졌을 때 기대하는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미온적인 탓에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대화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신행정부와 긴밀하게 공조해 대외정책 수립 방향부터 대북정책 관련 공조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해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 중이다.” 

 

—북·미 대화 재개 시 핵군축 가능성이나 한국 패싱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은.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 간에 핵보유를 인정하고 군축회담을 진행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로선 군축회담은 절대로 받을 수가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서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만약 핵 보유를 인정하고 군축회담을 한다면 그건 동북아 지역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제사회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신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가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의 핵은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이다. 국제사회가 분명하게 이해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실존적인 핵 위협을 받고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북한 인권 상황,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향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현 정부는 북한 억류자 송환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성과와 계획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자국민 보호다. 억류자는 지금 선교사 3분, 탈북민 3분 등 우리 국민 6명이 있다. 김정욱 선교사 같은 경우 지난 9월을 넘기면서 억류 4000일이 됐다. 통일부는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가 함께 김정욱 선교사 석방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7일 있었던 유엔 UPR(보편적정례인권검토) 회의에서도 우리 정부는 억류자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석방을 촉구했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지만, 우리 정부와 NGO 및 관련 단체, 국제사회가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을 포기해선 안 된다. 국제적 여론과 국민적 여론을 계속 환기시킨다면 결국은 북한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북한 인권 상황을 평가한다면.  

 

“북한 인권 상황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20년 연속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새로운 내용이 많이 들어갔다. 대표적인 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평양문화어보호법·청년교양보장법 등 3대 악법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우크라이나에 젊은 북한 군인을 파병하는 것 자체도, 북한의 인권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본다. 우리 헌법 4조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인간 권리의 보호, 즉 인권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한다면 북한 인권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통일의 경제적 비용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여론도 있지만 북한인권 통일문제 바라볼 때, 공리주의적 관점이 아닌 도덕적 의무의 관점에서 북한 인권 통일 문제를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통일부 역할이 줄었다는 평가가 있다.

 

“통일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교류협력이다.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남북관계 긴장이 완화되고 통일 기반이 마련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기능주의적 대북정책의 핵심이다. 과거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지속 가능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 상황을 보게 되면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에 교류협력이 중단됐다. 교류협력을 위해서 통일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진전이 없다. 7월 말 북한에 수해 때 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서 지원을 제의했고 민간단체 10곳에 대해서도 수해지원 관련 접촉을 승인했지만, 북한으로부터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북한 내 국제기구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대사관이 북한에 들어갔다. 유럽의 외교 공관들이 하나둘씩 들어가는 정황이 있다. 지난 몇 년간 문을 걸어 잠근 북한이 조금씩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그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수도 평양의 북쪽에 새로운 거리인 '전위거리'가 완공돼 지난 5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주애의 북한에서의 위치 어떻게 평가하나.


“김주애가 2022년 11월부터 공개석상 나온 게 30여회 된다. 김주애에 대한 호칭, 예우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 상황으로서는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러나 4대 세습이 이뤄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체제의 성격이라든지 정책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 될 수밖에 없다. 김주애를 공개적으로 계속 내세우고, 4대 세습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체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가시적으로 내세우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959년 경남 진주 ●서울대 정치학과 ●미 버지니아대 국제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상임객원연구위원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평통 상임위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자문위원 ●일본 게이오대 초빙교수 ●국방부·외교부 정책 자문위원 ●이명박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 ●통일미래기획위원장


대담=이우승 외교안보부장, 정리=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