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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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예산’에 4년간 2520억 부당 편성”

감사원 “강원도 오페라하우스 등
국고 비지급 20건에 예산 쓰여
막판 민원 밀어넣기에 검토 부실”

국회의 새해 예산심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성 사업에 급히 예산을 밀어넣는 식의 이른바 ‘쪽지 예산’ 관행 탓에 최근 4년간 최소 2500여억원의 세금이 부당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6일 ‘국고보조금 편성 및 관리 실태’ 보고서를 통해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문예회관 건립, 체육진흥시설 지원, 문화관광자원 개발 등 ‘지방이양사업’ 20건에 국비 2520억원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연말 국회의 예산안 처리 막바지에 급히 예산이 편성되는 사업은 타당성 등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는 탓에 추후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으로 강원도의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지방이양사업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들어 국비 지원을 반대했지만, 도 측의 지속된 민원에 국회는 지난해 말 ‘사업 재기획’을 전제로 예산 10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사업명칭만 바꾼 채 공연장 건립을 추진하며, 자체 예산만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 중인 울산시 등과 형평성 문제를 빚고 있다.

지자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예산 편성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총사업비 30억원·국비 9억원 규모의 충남 아산시 ‘체육센터 조성사업’은 시 측에서 탕정면 일대가 공공기관 유치 목적의 부지이고 재정 여력도 안 돼 추진하기 어렵단 의견을 지역 의원실에 냈다. 하지만 국회 예산심의 단계에서 증액이 이뤄졌고, 현재 시는 사업 부지와 재원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감사원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국비 지원이 가능한 사업과 불가능한 사업의 구분이 일부 불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며, 기재부에 해당 법령을 정비할 것을 통보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