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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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채권투자한 워런 버핏, 1조6000억 기부도

94세를 맞은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11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가족이 운영하는 네 개 재단에 기부한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워런버핏. 사진 AP연합뉴스.

 

버핏 CEO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나는 왕조를 만들거나 자녀 세대 이후로 (부를) 이어갈 생각이 없다”며 재산 사회 환원 계획을 밝혔다.

 

그는 가격이 높고 의결권이 큰 ‘클래스A’ 주식 보유분 1600주를 ‘클래스B’ 240만 주로 전환한 뒤 150만 주는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을 딴 수전 톰프슨 버핏 재단에, 나머지는 세 자녀인 수지, 하워드, 피터가 각각 운영하는 재단에 30만 주씩 기부하기로 했다.

 

자신의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해온 버핏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9)가 설립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도 꾸준히 기부해왔다. 다만 게이츠재단에는 자신의 사후에는 기부를 그만둘 것이라고 6월 언급했다.

 

그는 66∼71세인 세 자녀에 대해 “그들을 잘 알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강조하며 이들이 사망한 뒤 재산을 인계받을 후임 수탁자 3명도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액의 기부금은 많은 이들에게 ‘기회’로 여겨지는 게 불편한 현실”이라면서도 자신의 돈이 어디에 쓰일지 세 자녀가 ‘만장일치’로 결정하게 한 조항이 이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버핏가의 재단들이 그동안 여성 권리, 유아 교육, 국제 식량안보 등을 지원해왔다고 전했다.

 

이날 서한에서 버핏 CEO는 “나는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머잖아 내게도 (죽음이) 다가올 것”이라며 “(부모들은) 자녀가 충분히 성숙하다면 당신의 유언장을 미리 읽게 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 투자에 나섰다. 

 

버핏은 최근 쌓은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유동성이 높은 단기 채권인 미국 재무부 단기재정증권에 투자했다.

 

단기재정증권 외 채권 투자를 포함하면, 9월 기준 버크셔의 채권 투자액은 3040억 달러로 주식 투자액 2716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1~2002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처음이다. 

 

버핏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는 미국 국채 금리에 비해 이례적으로 고평가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