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학창 시절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동네에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2차 피해까지 당했다. 지금은 곁을 지켜 주는 남편 덕분에 살아 숨 쉴 수 있다.
그런 A씨는 같은 피해자들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시간”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는 “살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고,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신을 학대하며 불구덩이로 밀어 넣지 말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회장 김갑식)는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피해자학회 후원을 받아 올해 ‘제5회 범죄피해 회복 희망수기 공모전’을 진행해 최근 대상(법무부 장관상)인 A씨를 비롯한 11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우수상을 받은 대학생 B씨는 학교 폭력 피해자다. 대학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 상흔에서 벗어난 그는 같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창업을 준비 중이다. B씨는 “내가 겪은 아픔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는 상처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자산이 됐다”며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상을 받은 C씨도 학교 폭력 피해자다. 군 장교인 그는 “군대 내 폭력의 온상을 고발하고 있다”며 “작은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돼 줄 수 있다면 계속해서 불의에 맞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상 공동 수상자인 피해자 국선 변호사 D씨는 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조력해 2심에서 가해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끌어 낸 경험을 통해 피해자와의 교감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피해자에게 법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변호사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흉터가 가득한 피해자의 마음을 보듬어 줄 변호사가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가 재판 과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특별상 공동 수상자인 소방서 구급 대원 E씨는 가정 내 상습적인 학대 피해 아동을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결해 센터 도움을 받게 했다. 그는 “아이가 손을 내밀면 언제든 그 손을 잡아 줄 어른들이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