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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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훔쳐 소주 만든 업자 미화, 2차 가해”…KBS ‘동물은 훌륭하다’ 논란

 

KBS2 ‘동물은 훌륭하다’ 갈무리

길 잃은 반려견을 ‘개 소주“로 만들었던 개 도살업자가 애견 목욕샵을 운영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사연을 담은 방송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3일 방영한 KBS ‘동물은 훌륭하다’ 애견 목욕샵을 운영하는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과거 고객이 훔쳐 온 남의 개를 도살한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목욕 봉사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과거 탕제원을 운영하며 35년 동안 식육 개장사를 해왔다.

 

A씨가 언급한 것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오선이 학대 사건’으로, 2017년 집 잃은 반려견 오선이가 납치돼 탕제원에 팔려간일이다.  당시 탕제원 주인이었던 A씨는 오선이를 훔친 사람으로부터 4만 원을 받고 개를 도살했다. 오선이는 빨간색 목줄을 해 유실견임을 알 수 있었으나, A씨는 보호자를 찾지 않고 도살해 일명 ‘개소주’로 판매했다.

 

KBS2 ‘동물은 훌륭하다’ 갈무리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는 26일 “‘동물은 훌륭하다’에 항의·정정 방송을 요구했다”며 “올바른 반려문화를 형성하겠다던 방송에서 도리어 동물학대자를 옹호하고 미화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사건 발생 7년이 지나도록 ‘오선이’의 죽음을 잊지 못한 반려인은 이 방송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방송에서 ‘35년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려인에게 보답하고 싶다’ 했던 도살업자는 정작 오선이 반려인에겐 단 한 번도 진심어린 사과를 건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운영하던 업소는 오선이를 살해하기 한 달 전쯤에도 뜬장을 탈출한 개를 올무로 끌고 다니고 목을 조르다 도살해 적발되는 등 동물학대 온상으로 악명 높던 곳이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제작진은 명백한 동물학대 사건을 다루면서도 피해자 고통을 조명하는 대신 오히려 도살업자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꼬집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아울러 “현재 애견목욕숍을 운영한다는 업자와 딸이 등장해 ‘주인이 있는 개인지 몰랐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하는 장면을 그대로 송출했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본 출연자들은 ‘마음의 짐을 갚아나가는 것 같다’는 등 도살업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짚었다.

 

방송 후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VOD 다시 보기 서비스도 중단한 상태다. 제작진은 오선이 보호자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보호자님의 마음을 좀 더 세심히 살피지 못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개 식용 금지법 통과 이후 유예기간 3년 사이 한 분이라도 빨리 업종 전환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방송 의도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올바른 반려 문화 정착과 동물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더 노력하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