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사립초등학교 5곳의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학교에서 법정 기준을 뛰어넘는 과도한 시수의 교육을 실시하거나 학년 전체가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부당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초의 이 같은 부당 운영은 유아 영어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 사립초 5개교의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단체는 지난 10~11월 두 달간 이들 학교의 2025학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에 참관하는 등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서울 사립초 5곳에서는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를 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의무 방과후학교’로 만들어 사실상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방과후학교 길라잡이’에 따르면, 방과후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의한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 학부모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선택권이 보장돼야 하며 학교 측이 이를 강제로 유도해선 안 된다.
그런데 A학교는 전 신입생 대상 영어 수준별 반 편성을 위한 토플시험, 레벨테스트를 진행하거나 영어연극축제, 영어캠프 등 영어 관련 행사를 개최해 학생들의 참여를 강제로 유도하고 있었다.
B초의 경우 매일 6~7교시에 영어 방과후수업이 필수로 배치돼 있었고, C초와 D초는 영어 방과후수업이 끝난 후부터 학교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초등 저학년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은 과도한 수업 시수도 문제다.
이 학교들은 영어 방과후수업에 하루 3교시 이상, 주당 최대 16교시를 배정하고 있었는데, 법정 기준인 주 최대 5차시 이내보다 2~3배 이상 많다.
영어와 관련 없는 과목을 아예 영어로 가르치는 경우도 있었다.
C초는 몰입교육을 강조하면서 체육, 음악, 과학 등의 활동을 영어로 진행했고, A초와 E초도 인문, 과학, 예술, 수학 등 영어 외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한 사립초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모씨는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교 근처로 집을 전세로 구해 왔다”면서 “다른 아이들도 다 들으니까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립초의 이 같은 부당 운영은 유아 영어학원의 팽창으로 이어진다.
단체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하루 3시간, 20일 이상 운영하는 반일제 유아 영어학원은 올해 1월 기준 333곳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약 131만원으로, 전년보다 약 10.2% 상승했다. 월평균 학원비를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약 1572만원,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 678만원의 2.3배에 달한다.
단체는 초등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교육을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법이 개정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아 영어 사교육 폭증과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전수조사와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립초의 부당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교육부가 보완 법령을 마련해야 하며, 교육청은 감사를 실시하는 등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