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수시논술 시험문제 유출 논란 속에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논술시험 효력이 정지된 연세대가 다음달 자연계열 추가 논술시험(2차시험)을 실시한다. 이미 치른 논술 1차시험 합격자(261명)에 2차시험에서도 같은 수의 합격자를 더해,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 전형 합격자는 기존의 두 배인 최대 522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연세대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다음달 8일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추가시험을 치른다고 밝혔다. 2차시험에는 앞서 10월12일 논술시험을 치른 9666명의 수험생만 응시할 수 있다. 이 전형의 기존 선발인원인 261명은 1차시험 결과에 따라 다음달 13일 예정대로 합격자를 발표한다. 2차시험 역시 1차시험과 마찬가지로 합격자 261명을 뽑아 수시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일인 다음달 26일 이전에 발표한다.
대학 입시에서 이처럼 한 해에 전형 합격자 수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2차시험 시행으로 발생하는 초과모집 인원은 현 고1이 입시를 치르는 2027년도 입학정원에서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정시 등 다른 전형의 인원 감축은 없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다만 실제 2차시험 합격자는 261명보다는 줄어들 전망이다. 1차 합격자 발표 전에 2차시험이 치러지는 만큼 1·2차 시험 중복 합격자가 상당수 생길 수 있다. 연세대는 2차시험에 대해서는 등록 포기자로 발생하는 공석을 대기자가 메우는 ‘추가합격’ 통보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초과모집 인원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시험문제 유출 논란이 벌어진 뒤 공정성 훼손을 사유로 재시험을 주장하는 수험생들과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당초 연세대는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달 법원이 논술시험의 효력과 합격자 발표 등의 절차를 다음달 5일 시작되는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지하라고 결정하면서 서둘러 대안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몰렸다.
연세대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것이 대다수 수험생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판결을 받는 것이 어렵게 됐다”며 “교육부와의 협의 후 2차시험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논술시험을 둘러싼 법정 다툼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재시험을 요구하는 수험생들을 대리하는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차시험에서 최초 합격자만 뽑는다면 실질적으로 최종 등록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며 “소송을 계속해 1차시험 무효 확인을 받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연세대의 결정에 대해 “입시 혼란을 초래한 연세대 및 책임자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