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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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3연패·강원 언더도그 반란 린가드·양민혁 효과 ‘구름관중’ [S스토리-혼전 거듭했던 2024년 K리그1 결산]

떠오르는 해 지는 해

홍명보 떠난 울산, 김판곤이 구해내
윤정환 공격축구로 강원 10위 → 2위
‘최다 우승팀’ 전북 10위… 강등 위기
아슬아슬 ‘생존왕’ 인천 결국 꼴찌

최다 관중 견인한 핫스타

서울 ‘린가드 신드롬’ 첫 50만 기록
강원 ‘천재’ 양민혁 인기에 대흥행
K리그1 250만 유료 관중시대 열어
조현우·양민혁·안데르손 MVP 경쟁

2024 프로축구 K리그1 정규리그 38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시즌 막판까지 상위권과 하위권 모두 혼전 양상이 이어지는 무한 경쟁 속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는 막판 뒷심을 발휘해 3연속 우승을 일구며 왕조 탄생을 알렸다. 시즌 시작 전 주목받지 못했던 강원FC는 언더도그 반란을 일으켰고, ‘전통의 강호’ 전북 현대가 강등권에 처지는 추락도 벌어졌다. 치열한 순위권 혈투 속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FC서울)가 한국 무대에 서며 신드롬을 일으키는 등 K리그1은 250만 유료 관중 시대를 열어젖혔다.

◆울산 3연패·강원 돌풍

정규시즌 챔피언 타이틀은 울산에 돌아갔다. 울산은 38경기에서 21승9무8패로 승점 72를 쌓아 2위 강원(승점 64)을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울산은 2022시즌부터 3년 연속 K리그1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왕조 구축에 성공했다. 1996년과 2005년을 포함해 통산 우승 횟수도 5회로 늘렸다. 최다 우승 부문에서 ‘동해안 더비’ 포항(5회)과 동률이다. K리그1 최다 우승 기록은 전북 현대(9회)가 갖고 있다.

3연패 여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 7월 리그 2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홍명보 전 감독이 급작스레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을 떠났다. 당초 울산을 배신하지 않을 것 같던 홍 감독이 잡음 속에 떠나 울산은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 하락세를 겪었다. 한때 순위표에서 4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롭게 부임한 김판곤 감독이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했고 상승세를 타며 챔피언의 면모를 되찾았다. 부임 3개월 만에 울산을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은 울산 구단 최초로 선수와 감독으로서 우승을 경험한 주인공이 됐다.

윤정환 감독이 이끈 강원은 ‘강원 동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만 해도 10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강원은 불과 1년 만에 2위에 등극하며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윤 감독의 공격 축구를 앞세운 강원은 ‘고교생 천재’ 양민혁(18)을 필두로 이상헌(26), 황문기(27) 등 젊은피의 활약 속에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올해 데뷔한 양민혁은 K리그1 38경기에 나서 12골 6어시스트를 기록해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역대 최다인 다섯 차례나 받았다.

우승팀인 울산과 강원의 핵심인 골키퍼 조현우와 양민혁은 올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놓고도 경쟁한다. 울산은 38경기에서 40골만 허용해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했는데, 조현우는 모든 경기에 출전해 14차례 무실점을 기록했다. 리그 도움왕(13개)인 수원FC 안데르손과 함께 후보에 오른 조현우와 양민혁은 29일 열리는 시상식서 MVP 영예를 기대하고 있다.

◆전북 추락·인천 강등

‘현대가 라이벌’ 울산이 우승한 사이 전북 현대는 추락을 겪었다. 2006년 11위 이후 무려 18년 만에 구단 최저 순위인 10위까지 떨어졌다. 10승12무16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았다. 시즌 시작 전 공격적인 투자로 대권 도전을 노린 전북은 초반부터 부진이 이어져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경질됐고, 김두현 감독이 긴급히 팀을 맡아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지만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스플릿 제도 도입 이래 첫 파이널 B그룹(하위 스플릿) 추락은 물론 승강 PO까지 밀려 다음 달 1일 서울 이랜드와 격돌을 앞두고 있다. 승강 PO 결과에 따라 전북은 K리그2로 강등될 수도 있는 위기까지 몰렸다. 이미 이 자체로 ‘K리그1 최다 우승팀’ 전북 구단 역사에 불명예다. 만일 K리그2로 강등될 경우 지난 시즌 수원 삼성의 강등에 이어 프로축구계에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생존왕’ 타이틀을 가졌던 전통의 시민 명문 구단 인천은 끝내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2003년 창단 이후 다음 해 K리그에 입성한 뒤 2005년 준우승까지 했지만 이후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렇지만 단 한 차례도 2부 리그로 강등되지 않고 꿋꿋하게 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5년 연속 꼴찌에 머물다 최종전 승리로 1부 생존을 이어가 잔류왕 등의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강등에 직행하는 꼴찌에 머물며 처음 2부로 떨어졌다. 시즌 초반 홈에서 열린 서울과 ‘경인 더비’에서 1-2로 역전패하자 서포터스 일부가 서울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던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5경기 홈 응원석 폐쇄·2000만원 제재금 중징계로 이어졌고, 인천은 이후 10경기에서 1승5무4패를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강등으로 이어진 인천은 최근 비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천의 주포인 몬테네그로 출신 무고사는 15골로 득점왕에 올랐음에도 팀 강등에 웃지 못했다. 무고사는 2012년 K리그 승강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강등팀에서 배출된 득점왕으로 이름을 남겼다. 무고사의 득점왕과 더불어 선수 개인 타이틀은 ‘외인 잔치’였다. 최다 도움은 수원FC 안데르손의 몫이었고, 최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도 대구의 세징야(8회)가 차지했다.

◆스타 탄생… K리그1 250만 관중 시대 열렸다

12개 구단이 뜨거운 순위 경쟁을 펼치며 희비가 엇갈린 이번 시즌은 슈퍼스타의 유입과 탄생으로 어느 때보다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K리그1 38경기 총 관중 수는 250만 8585명으로 지난 시즌(244만7147명)을 넘어 한 시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구단마다 유튜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팬 마케팅을 시도한 것도 흥행 비결로 꼽힌다.

특히 ‘상암벌’ 서울은 홈 18경기에서 총 50만1091명의 관중이 찾아 K리그 최초의 한 시즌 ‘5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평균 관중 역시 2만7838명으로 신기록을 썼다. 그 중심엔 ‘린가드 효과’가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엔 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인 린가드가 합류하면서 무대에 진출했다. 이름값으로 따지면 역대 최고의 스타 등장에 흥행도 뒤따랐다. 린가드의 상암월드컵경기장 데뷔전은 5만명이 넘게 찾을 정도였다.

또 강원의 돌풍을 이끈 양민혁의 등장도 리그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양민혁이 시즌 중 ‘캡틴’ 손흥민(32)이 활약 중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입단을 확정했다는 소식에 축구팬은 더 몰렸다. 경기 일정을 모두 소화한 양민혁은 다음 달 16일 영국으로 향해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다. 어린 스타의 탄생과 역대 최고 성적에 힘입어 강원은 올 시즌 총 관중 16만2503명을 달성해 최고 기록도 달성했다.

3연속 우승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울산 역시 우승 파티가 열린 수원FC와 38라운드 홈 최종전에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도 세우는 겹경사를 누렸다. 누적 홈 관중 34만8119명을 기록한 울산은 종전 최다 2023년의 34만5900명을 넘어섰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