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해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종료를 3일 앞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5일간 진전없는 협상을 지적하고 “각국 대표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49개 시민단체 연합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5차 협상회의(INC5)는 12월 1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각국 대표단을 독려했다. 이날 회견에는 플뿌리연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함께 했다.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은 협상 5일차로 중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각국이 생산 감축을 비롯한 주요 쟁점들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률 초안 작성 그룹(LDG)에 전달된 문구가 전무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협약이 성사되려면 논의 과정에서 도출된 세부 문구들에 대해 LDG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 어떤 문구도 LDG에 전달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연합은 기자회견에서 각국 정부 대표단에게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겨우 36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며 “각국 정부 대표단은 이 중요한 시점에도 기존의 지지부진한 태도로 일관하며,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대표단의 결단력과, 2년 전에 전 세계와 약속한 협약을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라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 체결을 지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시민단체 연합은 “대표단들의 변명과 달리,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전 세계의 플라스틱 위기를 끝낼 힘을 갖고 있으며 그 방법도 알고 있다”며 “자발적 조치에 의존한 약한 협약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불필요한 피해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 공동체, 대다수의 시민들, 과학자, 기업은 전주기에 걸쳐 구속력 있는 국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곳에 모인 170여 개국의 정부 대부분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연합은 “정부 대표단에게는 다수결이나 뜻이 맞는 국가들간의 합의 등 여러 절차적 선택지가 있다. 협상의 마지막 순간에 각국 정부는 더 용기있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야망이 낮은 소수의 국가들의 압력에 못이겨 타협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만장일치 방식에 지구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래세대의 우리 모두의 건강을 보호하는 강력한 협약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엔 회원국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5차례 협상회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의 협상회의를 진행했지만 강력한 협약 체결을 지지하는 국가의 ‘생산 자체를 감축하자’는 주장과 약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산유국 등의 ‘재활용 포함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대립하며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5차 협상회의는 협약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