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에서 20여년간 일했던 팀장급 직원 A씨는 2020년 10월 퇴사를 전후해 다른 직원들과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기술을 빼돌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해 3월 중국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로 이직한 A씨는 LG디스플레이 현직 직원 등 2명과 공모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의 설계 도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이직한 업체에 넘겼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넘겨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고, 이들 3명은 올해 8월 기소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공정기술을 빼돌린 전직 임원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66)씨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지낸 오모(60)씨 등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4조3000억원에 이른다.
경찰에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례가 올해에만 25건에 달하는 가운데, 대다수의 경우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올해 1~10월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총 25건이다. 이 가운데에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도 10건 포함돼 있다.
국수본이 출범한 2021년 1건에 불과하던 국가핵심기술 유출 적발은 2022년 4건, 2023년 2건, 2024년 10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출 국가별로는 중국(18건)이 가장 많았다. 미국(3건), 일본(1건), 독일(1건), 베트남(1건), 이란(1건)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디스플레이가 8건, 반도체가 7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유출 수법도 다양했다. 촬영이나 메일을 통한 유출이 각각 5건이었고, 소셜미디어(3건), USB 저장(3건), 인쇄(2건), 인력유출(2건) 등이 있었다. 죄종별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13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 12건이었다.
경찰은 올해 해외유출 6건에서 발생한 범죄수익 49억원 상당을 환수했다. 올해 9월에는 한 화학업체 관련 영업비밀을 촬영해 중국 업체 기술이전 계약에 사용한 일당이 받은 자동차·예금·주식 등 21억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관련 범죄의 벌금을 15억원 이하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 외 일반 산업 기술유출 범죄 벌금형도 최대 30억원으로 높였다.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액도 기존 3배에서 5배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