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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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체포’ 혼란만 자초한 공수처

영장 집행만 경찰에 떠넘겨
법률적 논란 일자 결국 철회
기존 방식 진행… 사실상 원점
“체포 영장 기한 연장 재청구”

尹측 “공사 하청주나” 반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일임하려다 “법률적 논란이 있다”는 경찰 측 반대에 부닥쳐 철회했다. 공수처는 이날 종료된 1차 체포영장의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해 기존대로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체제에서 경찰과 함께 영장을 집행하기로 했다. 그간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윤 대통령 사건 이첩을 독촉해 수사권을 가져온 공수처가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며 전략 부재만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장 답답한 출근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6일 경찰에 집행을 넘기려다가 갈등을 빚는 등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사진은 오동운 공수처장이 이날 경기 과천시 청사로 서둘러 출근하는 모습이다.과천=뉴시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기자단 브리핑에서 “5일 오후 9시쯤 국수본에 체포영장 집행 지휘를 했다”며 “형사소송법 81조와 200조6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가 발부받은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에게 사실상 일임, 촉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집행 권한 일임을 결정한 이유로 공수처의 인력적 한계와 경찰의 전문성을 들었다. 이 차장은 “1차 집행에서 (경호처 직원) 200명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는데, 공수처 인력은 다 해봤자 50명”이라면서 “공수처는 집행에 전문성이 없다. 집행 인력, 장비, 경험 면에서 당연히 경찰이 우리나라 최고”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경호처의 영장 집행 협조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며 5일 12시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못 받았다고도 전했다.

 

그러자 경찰 국수본은 “공수처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백동흠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부단장은 “위법 논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집행 주체는 여전히 공수처”라고 명확히 했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발송한 6일 정부관청사 내 공수처 현판 모습.    연합뉴스

결국 양측은 협의를 통해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하고 경찰이 이를 지원하기로 결론짓고 원점으로 돌아왔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전략도 없이 도리어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의욕이 앞서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면서 “정치인에 대한 영장을 집행할 때는 조용히 체포해 오거나 소환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공수처는 영장 청구부터 집행까지 정치 쟁점을 만들면서 불응할 빌미를 줬다”고 평가했다.

 

공수처와 국수본은 체포영장을 연장해 2차 집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는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 연장을 위한 영장을 재청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들로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백 부단장은 체포영장 2차 집행에서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설 경우 현행범 체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원론적 발언밖에 드릴 수 없다”며 경찰특공대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의 영장 집행 일임에 대해 “법적 근거 없는 수사 행태”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영장 집행은) 공사 중 일부를 하청 주듯 다른 기관에 일임할 수 없다”며 “공수처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음에도 경찰을 하부 기관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을 향해서는 “공수처 시녀로 위법한 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희연·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