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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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법률따라 독립해 심판”… 여당이 제기한 ‘재판 공정성’ 일축 [탄핵 정국]

탄핵심판 내란죄 철회 논란 격화

尹측 “내란 죄 판단 없으면 탄핵 무효”
국회측 “내란행위 심판 대상 변함없다”
법조계 “국회 재의결은 불필요” 우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독립해 심판하고 있다”며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공정성 논란을 일축했다. 내란죄를 탄핵심판에서 다루지 않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과 국회 측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7일 브리핑에서 “헌재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심판기관”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고 있으며 여야를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천 공보관의 이런 발언은 국민의힘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헌재가 탄핵심판을 편향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헌재를 항의 방문했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과 면담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지극히 편향적이고 불공정, 편파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측은 특히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는지를 다투지 않겠다는 국회 대리인단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란 혐의가 윤 대통령의 핵심 탄핵 사유였던 만큼 이를 제외하면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이고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2가지 사유 중 1가지가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결서 40쪽 분량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와 포고령 1호 등을 제외한 분량은 26쪽이고, 이중 비상계엄 내용이 21쪽을 차지하므로 이를 단순 계산하면 80에 달한다는 논리다.

 

헌재는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평가는 재판관들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2차 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의 이런 반발에 대해 “내란죄가 되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는 재판관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 공보관도 이날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했다.

정형식, 이미선(앞)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내란죄 철회 논란의 쟁점은 탄핵소추안의 동일성이다. 헌재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형사소송법에서 검사가 공소 제기 후 임의로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공소를 철회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탄핵심판에서도 유사한 원칙이 적용돼 탄핵소추안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 대리인단은 “소추의결서의 사실관계는 한 글자도 변경된 게 없다”며 소추 사유를 ‘철회’하거나 바꾼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리인단 장순욱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결서에 내란죄가 언급된 것은 피청구인(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청구인(국회)의 평가일 뿐이지 별개의 탄핵소추 사유가 아니다”고 했다.

 

장 변호사는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지 않더라도 소추 사실의 핵심은 내란 우두머리의 국헌문란 행위라는 것”이라며 “의결서에 기재된 사실관계, 즉 내란 행위를 모두 심판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뉴스1

이런 논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빚어진 바 있다. 국회 측은 소추 사유였던 뇌물·강요 등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밝히겠다며 탄핵소추 이유를 변경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국회의 동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며 반박했다. 헌재는 다만 재의결을 요구하지 않고 탄핵심판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면 국회 재의결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관계 변화 없이 법 적용을 달리 구성하는 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실행에 옮긴 행위가 헌법을 위반했는지, 그게 중대했는지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안경준·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