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황새는 속담과 민화에 단골로 등장하던 친근한 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모습이나 행동이 기품이 있고, 단정하기 때문일 거라 추측된다. 황새라는 이름은 ‘한새’라 불리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한’은 크다는 의미를 지녔고, 여기에 ‘새’를 붙여 큰 새라는 의미를 가진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참새, 까치보다 월등히 크다 보니 ‘한새’라고 불렸을 것이다. 이를 잘 나타내주는 속담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진다’인데, 10cm 정도 크기인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가 1m가 넘는 황새를 따라가려니 얼마나 벅찰까 싶다.
민화에 자주 등장하며 황새랑 비교되는 새가 두루미(단정학)다. 둘 다 하얀 몸통에 날개에는 검은 무늬가 있어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황새는 머리 전체와 목이 하얗고 부리가 굉장히 두꺼운 반면, 두루미는 빨간 피부가 노출된 정수리를 제외한 머리와 목이 검은색이고, 얇은 부리를 가지고 있어 구별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야생 황새는 서식지 파괴,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였고, 1970년대 초 충북 음성의 마지막 황새가 죽은 이후 멸종됐다. 이후 1996년에 한 쌍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예산황새공원’에서 복원사업과 야생 방사를 추진한 결과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황새를 종종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새 한 종을 복원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냐마는 생물과 생태계는 매우 복잡한 사슬처럼 얽혀 있다. 그중 황새는 논과 습지에서 다양한 어류, 양서·파충류 등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로 하위 생태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종의 멸종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한지 지난 30년간 황새 복원의 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 생물을 지키고 보전하는 데 끊임없이 노력하여, 후대에도 건강한 생태계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황재웅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우리땅,우리생물] ‘큰 새’ 황새가 돌아오기까지
기사입력 2025-01-10 00:02:44
기사수정 2025-01-10 0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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