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의 효력을 부정하면서도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절차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퇴로를 찾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을 꼭 조사해야겠다면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라”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이 아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주장이다.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윤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다. 관할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의 영장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포영장에는 불응하면서도 사전구속영장에 협조하는 이유로는 “체포에 집착하는 이유는 망신주기 위해서라고 느꼈다. 지금 대통령을 소환조사해서 대통령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증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이 ‘서울중앙지법의 사전구속영장’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 법조계는 “궁지에 몰린 피의자가 일말의 희망을 거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자신을 보호하려다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나 처장이 사법적으로 크게 다칠 수 있게 됐고, 자신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퇴로를 열어보려고 한 것 같다”며 “서울서부지법은 이미 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에 희망이 봉쇄된 곳이고, 서울중앙지법은 아직 판단의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본 듯하다”고 진단했다.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아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도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사전구속영장의 경우 체포영장보다 발부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소환통보 받고 출석에 불응하면 대부분 발부되는데, 사전구속영장은 범죄행위가 소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 요구대로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 영장전담판사 출신 C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은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본 것 같은데, 그렇게 확신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사전구속영장 발부 결정이 나오면 윤 대통령 측이 아무 말 없이 승복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서울서부지법에 처음 청구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