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앞장서서 저지하겠다는 이른바 ‘백골단’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공청년단’은 9일 국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예하 조직으로 백골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할 때도 관저 인근에선 하얀 헬멧을 쓴 청년들이 체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공청년단 단체 채팅방에선 “대통령 민간수비대로 참여할 분들은 하얀 모자나 헬멧을 쓴 백골단 멤버를 찾아 문의해달라”, “폭도를 저지하는 최전방이니 젊은 남자들이 많이 와야 한다” 등의 내용이 공지되고 있다.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집회·시위 현장에서 사복 차림으로 시위대 검거를 전담하던 경찰 부대를 일컫는다. 시위가 격화되면 ‘최루탄’발사되고 매캐한 연기 속에 시위대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동시에 건장한 사내들이 뛰어 든다.
이들은 흰색헬멧에 청재킷·청바지, 흰 운동화를 착용하고 짧은 진압봉과 방패 등으로 무장했다고 해서 일명 ‘백골단’(白骨團)으로 불렸다.
백골단은 1985년 창설된 서울시경찰국 산하 사복기동대로,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된 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임무는 시위 주동자와 참가자들을 검거하는 것이다.
이들의 체포방식은 무자비한 폭력을 동반했다. 때문에 백골단은 당시 경찰폭력의 ‘시그니처’로 인식됐다. 이들의 폭력적 진압방식은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의 죽음을 불러왔다. 백골단 해체 후에는 전·의경 부대 내 사복 체포조를 운영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백골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데 대해 “폭력적이란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지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오후 6시 30분 한남 관저 앞에서 출범식과 도열 시위를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단체들은 이들의 등장에 반발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성명에서 “현대사에서 백골단이 벌여온 악행을 생각한다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도 “백골단은 폭력과 야만, 독재와 반민주의 상징”이라며 “탄핵을 외치는 응원봉에 질 수 없어 백골단 몽둥이를 꺼내들었다면 바로 내란세력”이라고 규탄했다. 진보 단체뿐 아니라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백골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마련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한 바 있다.
당 국민소통위원장인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전 의원의 정치 깡패 동원 시도 의혹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승만 정권에나 있던 정치 깡패인 백골단을 2025년도에 새롭게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또 전 의원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면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으로 백골단이라는 조직도 있다고 한다”며 “백골단이라고 하는 정치 깡패의 부활을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 깡패를 부활시켜 결국 윤석열을 방탄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절차와 논리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할 공당 국회의원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폭력을 동원하려 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국민의힘 책임이 막중하다, 국민의힘은 이런 반민주주의적 시도를 방조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창진 민주당 부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사라졌던 백골단이 국회에 나타나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선언했다”며 “더욱이 이들은 ‘윤석열을 지키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