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의 근대 문화를 보여주는 건물이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위를 잃게 됐다. 30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근현대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국가등록문화유산 ‘통영 구 석정여인숙’을 말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0년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 지 약 5년 만이다. 석정여인숙 건물은 일제강점기 통영 항남동 일대에 조성된 매립지에 자리 잡은 여인숙으로, 강구안 항구의 옛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소로 꼽힌다. 매립지에 드물게 건축된 근대 한옥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유산위원회에 따르면 석정여인숙 건물은 2020년 8월 장마와 폭우로 지붕 일부가 붕괴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태풍 ‘오마이스’로 지붕이 내려앉았다. 통영시 측은 건물을 매입해 보수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지난해 6월 국가유산청에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말소를 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이후 현지 조사, 문화유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등록 말소 안건이 가결 처리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원형을 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훼손된 상황"이라며 "위원회에서 근대역사문화 공간으로서의 경관 문제, 안전상 우려 등을 고려해 (등록 말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정부 관보를 통해 등록 말소 사실을 고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