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출렁이는 환율에 건설업계 우려도↑…“원·달러 환율 1500원 되면 건설비 3.34% 증가”

기사입력 2025-02-02 07:11:44
기사수정 2025-02-02 07:46:46
+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에도 ‘고환율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할 경우 수입품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건설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업계 안팎에선 건설 생산비용 증가는 공사비·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환율 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뛰는 건설 생산비용

 

3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의뢰해 받은 ‘환율 상승 시나리오별 건설 생산비용’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기록할 경우 건설 부문 생산비용은 2023년 대비 2.47%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환율이 1500원으로까지 오를 경우에는 생산비용이 2023년보다 3.34% 늘어났다. 연구원은 2022년 산업연관표 생산자물가 기준으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1450원에서 1500원 수준을 이어갈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기관의 500억원 이상 공사 317개의 건설 생산비용은 최소 8722억원에서 최대 1조1175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 의원이 서울시와 대전시, 대구시, 광주시, 경상남도, 강원도가 제출한 ‘500억원 이상 공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각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37개 공사에서 부담해야 할 건설 생산비용도 최소 729억원에서 최대 982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박 의원은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계속된다면 건설 생산비용이 크게 늘어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부담은 더 커지게 되고 건설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분쟁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사비와 분양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환율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대내외 불확실성 관리로 건설기업 자재 조달 비용 낮출 필요”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건설업계의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민간 연구기관에서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내놓은 ‘원·달러 환율 상승, 국내 건설산업 부정적 영향 우려’ 보고서에서 “철근, 석제품, 합판 등의 수입 자재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건산연이 한국은행의 2020년 실측표 기준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수입 의존도는 10.7%로, 환율 10% 상승 시 1% 정도 비용이 상승한다.

 

건설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로 전체 평균보다는 낮았다. 이는 환율이 10% 오를 경우 0.34%의 비용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건설산업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직접적·단기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건설산업은 건설 이외 다른 산업의 비용이 올라가면 이로 인한 2차 영향이 큰 편이어서 환율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접적인 비용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질 수 있다고 건산연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산업의 비용 증가에 따라 받는 2차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0.52%인 것으로 계산됐다.

 

환율 상승 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설 자재로는 수입 철근, 봉강 등이 꼽혔다. 철근 및 봉강의 연간 수입 의존도는 15%이며 규모로는 9000억원 정도다. 이어 석제품의 수입액이 5500억원 정도(수입 의존도 31.2%)로 높았으며 합판(수입 의존도 39.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는 내수경제 회복을 위해서 대내외 불확실성 관리를 통해 기업들의 자재 조달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건설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수입국 발굴 등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