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미뤄졌던 재외공관장 인사가 31일 단행됐다. 다만 직업외교관에 한정된 것이고, 주중대사를 비롯한 특임공관장 임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초대 주쿠바대사에 임명된 이호열 주멕시코 공사 등 11명의 신임 재외공관장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공관장으로 내정돼 연말 부임을 준비했지만 갑작스러운 계엄과 이에 따른 탄핵 국면으로 임명이 미뤄지고 있었다. 외교 최전선에서 활동해야 할 공관장 자리가 계속 비워지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관장 인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황교안 대행이 진행한 전례가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에 임명된 이호열 신임 주쿠바대사는 외교부 다자경제기구과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참사관을 역임하고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업무를 맡는 등 주로 경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해 2월14일 외교관계를 수립한 쿠바와의 경제협력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쿠바와 함께 신설 공관인 주슬로베니아 대사엔 배일영 전 외교부 정보관리기획관이, 주조지아대사엔 김현두 주필리핀 공사참사관이 임명됐다.
주우크라이나 대사엔 박기창 주러시아 공사가 발탁됐다. 러시아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라시아 과장을 지낸 러시아통이다.
주세르비아 대사엔 김형태 주우크라이나대사, 주이탈리아 대사엔 김준구 주미 정무공사, 주라트비아 대사엔 김종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부장, 주불가리아 대사엔 김동배 외교부 아세안국장이 각각 인선됐다.
또 주엘살바도르 대사엔 곽태열 충청북도 국제관계대사가, 주케냐 대사엔 강형식 전 밀라노총영사가 선임됐다. 주파나마대사엔 한병진 국립외교원 경력교수가 임명됐다.

주중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인도네시아대사로 내정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특임공관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이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내정한 것인 만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임명 여부가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전문성과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할 경우 직업외교관이 아니더라도 발탁하는 경우로, 외교의 다양성과 전문성 보강이 목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인사에서 주중대사 임명 제외와 관련 “4강 공관장은 가장 중요성 있는 자리이고 정무적 함의가 크다 보니 이를 고려해 보다 면밀한 검토 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가급적 공백이 없는 게 바람직하나 주중대사 차석인 정무대사의 충분한 경력을 볼 때 대사대리로서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 따르면 앞서 지난 27일 주중대사관은 베이징에서 정재호 대사의 이임식을 개최했다. 정 대사는 윤석열정부의 초대 주중대사로 부임 2년6개월 만에 임기를 마치게 됐다. 신임 대사 임명 뒤에도 계엄·탄핵 정국 속 이임식이 미뤄지다가 최 대행의 승인에 따라 이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에 대사로 임명된 11명 중에서 외무고시 출신은 6명이어서 과거와 비교해 특유의 순혈주의가 다소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