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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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변비관 60대, 설 연휴 도움받던 쪽방 불 질러... “연기 무서워 나왔다”

기사입력 2025-01-31 20:17:10
기사수정 2025-01-31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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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설 연휴 기간 신변을 비관하며 자신이 머물던 쪽방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을 구속했다.

 

26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중림동 소재 쪽방이 검게 그을러져 있다.   변세현 기자

3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서울 중구 중림동 소재 쪽방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죄)로 60대 후반 남성 A씨를 최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설 연휴 기간인 26일 오전 10시34분쯤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거주하던 2평 남짓한 방에 부탄가스로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인근 주민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약 5분 만에 불길을 잡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건물은 A씨의 방을 포함해 총 4개의 쪽방이 좁은 복도를 두고 붙어있는 구조여서 초기 진화가 늦었다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 근처에 살던 주민 박모씨는 “갑자기 펑 소리가 나서 보니 지붕 위로 연기가 자욱하고 먼지가 날렸다”며 “근처에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 평일 같았으면 불 끌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죽으려고 불을 질렀는데 연기가 너무 많이 나서 겁이 나 (방에서) 나왔다’고 진술했다”며 “명절날 혼자 있는데다 다른 입주자와 불화가 있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머물던 곳은 종교단체가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하는 쪽방촌이다. 함께 지내온 주민 B씨는 “A씨는 방 안에 텐트를 치고 살면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며 “가끔 욕설을 하기도 해 다들 피하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 C씨도 “같은 단체 소속임에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