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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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격화하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법적 다툼…“최 회장 순환출자, 정확한 탈법행위”

기사입력 2025-02-01 08:04:46
기사수정 2025-02-01 08: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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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달 31일 신고하고, 법원에는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 회장 등 최씨 일가는 임시 주총 전날인 지난 22일 갖고 있던 영풍 주식(발행주식총수의 10.3%)을 호주에 세운 해외법인인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겼다. 영풍·MBK 측은 이는 부당하고 위법하다며 다시 공세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가 최 회장 측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서울중앙지법에도 임시 주총 결과를 놓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법적 대응 수위를 높였다. 영풍·MBK는 전날 “고려아연과 최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SMC 이성채 최고경영자(CEO), 최주원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시 주총에서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이 거의 확실시되자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일부러 신규 상호출자를 형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이 해외법인으로 매각되면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고 고려아연과 영풍은 상호주가 됐다. 상호주란 두 개 이상 회사가 서로 또는 순환출자로 소유하는 상대방 주식이다. 현행 상법에서 두 회사가 상대 회사 지분을 10% 초과 보유할 경우, 서로의 의결권 행사를 막는 ‘상호주 제한’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임시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에 대한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임시 주총 의장을 맡은 고려아연 박 사장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탓이다. 결국 임시 주총은 최 회장 측이 승리했다.

 

영풍·MBK는 임시 주총 전날 이뤄진 지분 처분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21조)와 이를 회피하는 탈법행위(36조) 모두 금지되는데 최씨 일가 행위는 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소유하는 행위’는 상호출자 금지 탈법행위로 규정된다. 영풍·MBK는 이번 사건이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소유한 영풍 주식을 SMC 명의를 이용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소유한 행위로, 탈법행위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본다.

 

영풍·MBK는 “최 회장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 명의로 이뤄진 영풍 주식 취득 행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이번 임시 주총이 문제가 있었다며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한 채 이뤄진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풍에 적용된 ‘상호주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국내회사’이자 ‘주식회사’에 한정해 적용돼야 하는데 영풍 지분을 취득한 SMC는 외국회사이자 유한회사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MBK 관계자는 “지난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는 위법·부당한 논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마땅히 취소되거나 무효화돼야 할 것”이라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시급히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최 회장이 무모하게 저지르고 있는 일련의 탈법적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는 적법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자 모든 조치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합법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형성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는 대법원이 판례로 인정한 적법하고도 정당한 적대적 M&A 방어 수단”이라며 “SMC의 영풍 주식 보유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이 제한된 것은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자체 계산으로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의해 영풍 주식 매입이 탈법행위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