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0대 초반의 A씨는 평소 단 음식을 좋아해 매일 초콜릿과 탄산음료를 즐겼다.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 단 음식을 에너지원으로 삼았지만, 최근 들어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쉽게 쌓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한 결과, 실제 나이보다 5살이나 많은 47세로 나타났다. 이에 놀란 A씨는 원인을 찾던 중 최근 연구에서 설탕 섭취가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단 음식을 줄이고, 설탕이 적은 식단으로 바꾸는 실천을 시작했다.
#2. 올해 35세인 B씨와 C씨는 동갑이지만, 외모와 건강 상태는 큰 차이를 보인다. B씨는 과일과 채소를 거의 먹지 않고,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즐긴다. 직장 스트레스도 많아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 C씨는 식단을 신경 써서 관리하며, 가공육 대신 생선을 먹고, 매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한다. B씨는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C씨는 또래보다 건강한 혈압과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연대기적 나이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B씨가 C씨보다 5살 이상 많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를 한살 두 살 먹어감에 따라 노화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이지만, 특정 시점에서 급격히 가속화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1일 미국 국립심폐혈연구소(NHLBI)가 주도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 따르면, 설탕 섭취가 노화 속도를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이 연구는 39세 백인·흑인 여성 3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설탕 섭취량과 생물학적 나이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하루 설탕 섭취량은 최소 2.7g에서 최대 316g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밀크초콜릿바 한 개에는 약 25g, 캔콜라 한 개에는 약 37g의 설탕이 포함돼 있다. 분석 결과 하루 설탕 섭취량이 1g 증가할 때마다 생물학적 나이가 약 7일씩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설탕 섭취가 세포 노화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로, 당분이 많은 식단이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설탕 과다 섭취가 텔로미어(telomere) 단축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길이가 짧아질수록 노화가 촉진되고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연구진은 텔로미어 단축이 노화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한 노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균형 잡힌 식습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공식품과 당분이 많은 음료의 섭취를 줄이고, 자연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연대기적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같은 나이라도 어떤 사람은 더 젊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더 나이 들어 보인다. 이는 생물학적 노화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외모뿐만 아니라 질병, 조기 사망 위험까지 증가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식습관이 생물학적 나이에 영향을 미친다. 채소와 과일 섭취가 적고, 붉은 고기(가공육 포함), 패스트푸드, 가당 청량음료가 많은 식단은 젊은 성인기에도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고 육류, 패스트푸드, 가당 음료가 적은 식단은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핀란드 이위베스퀼레(Jyväskylä) 대학교와 노인학 연구센터(Gerontology Research Center) 연구진은 20~25세의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식습관이 생물학적 노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 영양학(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활용해 식습관과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분석했다. 제1저자인 수비 라비(Suvi Ravi) 박사 후 연구원은 "관찰된 연관성 중 일부는 신체 활동, 흡연, 체중과 같은 다른 생활습관 요인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식단은 노화와 독립적인 연관성을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 때문에,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이 식단과 생물학적 나이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었다. 건강한 식단과 느린 생물학적 노화 간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는 폴리페놀 섭취다. 폴리페놀은 항산화 물질로, 채소, 과일, 베리, 견과류, 허브, 콩, 차, 커피, 코코아, 올리브유 등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적색육과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는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과일과 채소가 적고, 육류, 패스트푸드, 가당 음료가 많은 식단이 생물학적 노화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반면, 건강한 식단은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젊은 나이부터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비 예방, 콜레스테롤 감소, 혈당 조절, 건강한 체중 유지에 유익하다. 섬유질은 과일, 채소, 오트밀, 콩류 등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50세 이상 남성은 하루 30g, 여성은 20g 섭취가 권장된다.
건강한 식습관은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젊을 때부터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면 노년기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노화 늦추는 최고의 식품
▲견과류 =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는 노화 방지 효과가 뛰어나다.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신경성 질환 및 일부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기름진 생선 = 연어, 고등어, 다랑어, 청어, 송어 등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오메가-3는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 생선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해조류, 호두, 아마씨 등이 대체식품이 될 수 있다.
▲블루베리 = 블루베리는 체내 염증을 줄이는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다. 열을 가하면 폴리페놀 성분이 감소해 신선한 생 블루베리를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십자화과 채소 =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콜리플라워 등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채소들에는 설포라판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독소와 싸우는 능력을 향상시키며 항암 효과를 제공한다.
▲단백질 풍부한 식품 = 나이가 들수록 근육 손실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데, 달걀, 살코기 같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 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섬유질 풍부한 식품 = 변비 예방, 콜레스테롤 감소, 혈당 조절, 건강한 체중 유지에 유익하다. 섬유질은 과일, 채소, 오트밀, 콩류 등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50세 이상 남성은 하루 30g, 여성은 20g 섭취가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