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 기간 동안 제주도를 찾은 귀성객과 관광객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공항과 항만에는 귀성객과 관광객이 몰리면서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인기 관광지와 전통시장은 인파로 붐볐고, 일부 렌터카 업체와 숙박업소는 예약이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의 전반적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한다. 여행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1인당 소비액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 개발과 지속 가능한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제주를 찾은 귀성객과 관광객은 23만 116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20만 6000명보다 12%(2만 5160명)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해 설 연휴(2024년 2월 7∼12일) 방문객 수인 22만 7805명보다 1.5%(3355명) 늘어난 것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국제선 운항 증가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과의 겹침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설 연휴 기간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만 20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 595명) 대비 55%(1만 1432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제주도는 2000년대 후반부터 천혜의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풍광을 앞세워 국내외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사드(THAAD)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외 악재로 관광객 수가 급감했다. 2021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제주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한 유명 가수가 운영하던 제주 카페가 폐업하면서, 제주 자영업 경기 악화가 조명된 바 있다. 당시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최근 발간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제주지역 관광경기 전망과 시나리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높은 여행 비용과 심리적·물리적 접근성 저하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제주 관광 경기가 환율 등 대외 환경보다는 국내 경제 상황과 제주 여행에 대한 관심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제주가 아닌 강원도나 부산 등 다른 국내 여행지가 흡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국내 주요 여행지 관심도 조사에서도 강원도에 대한 관심은 상승하는 반면, 제주에 대한 관심은 하락세를 보였다.

제주 여행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 여행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항목이 여행 경비였다. 보고서는 “이는 제주 여행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는 의미이며, 가성비가 낮다는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관광 활성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과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더욱 매력적인 여행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인프라 개선과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