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52) 씨는 지난해 초까지 15년 넘게 중소 제조업체에서 근무했지만, 회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그는 예상치 못하게 회사를 떠나야 했다. 김 씨는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나이도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 후 몇 달간 새로운 직장을 찾아봤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 2~3일만 일하는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 씨는 "이전에는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벌었는데, 지금은 100만 원도 못 버는 달이 많다"며 "그래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고용시장의 질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치 않게 회사를 떠난 이들과 일주일에 근무 시간이 18시간을 밑도는 초단시간 근무자가 크게 증가했다.
2일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MD)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는 137만295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대비 10만6761명(8.4%) 증가한 수치다.
비자발적 퇴직자는 '직장의 휴업·폐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거나 사업 부진' 등의 이유로 직장을 떠난 사람을 의미한다. 개인적 이유, 가사, 육아, 심신장애, 정년퇴직, 급여 불만족 등의 사유로 퇴직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전체 퇴직자에서 비자발적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9%로, 퇴직자 10명 중 4명이 원치 않게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퇴직자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2019년 132만9927명에서 2020년 180만6967명으로 35.9% 급증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169만3825명, 2022년 129만8454명, 2023년 126만6191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는 내수 부진과 경제 성장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의 질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근로자는 줄어든 반면, 단시간 근로자는 증가했다.
지난해 일주일에 1~17시간만 일한 '초단시간 근로자'는 250만 명으로, 2023년(226만8000명)보다 23만2000명(10.2%)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도 지난해 881만 명으로, 900만 명에 육박했다.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 대비 비중도 2023년 23.9%에서 지난해 30.8%로 증가하며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즉, 국내 취업자 3명 중 1명은 단시간 근로자인 셈이다.

주 53시간 이상 근무한 장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274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7000명(10.7%)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신입 공채를 줄이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늘리는 고용 트렌드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구직자들이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고용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40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0대는 청년층이나 고령층과 달리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적었으며, 경기 침체와 기업의 구조조정이 심화될 경우 더 이상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40대 고용 분석 보고서를 통해 "40대가 새로운 고용 취약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경제활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4년 705만400명이던 40대 경제활동인구는 2021년 처음으로 650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616만3000명까지 줄어들었다. 또한, 지난해 40대 고용보험 가입자는 354만5000명으로 연간 기준 처음으로 감소했다.
40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2018년 19만6000명에서 지난해 26만5000명으로 35% 증가했다. 또한, 40대 퇴직자 중 비자발적 퇴직자의 비중은 2019년 처음으로 40%를 넘은 이후, 40%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비자발적 퇴직에는 직장의 휴·폐업, 명예퇴직, 정리 해고, 사업 부진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에는 40대 비자발적 퇴직 비율이 52.4%까지 치솟은 바 있다.
지난해 고용시장은 ▲비자발적 퇴직 증가 ▲단시간 근로자 급증 ▲40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