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2주도 안 돼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1기 때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주류 매체들과 230만명에 달하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대상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존 얼리엇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와 NBC방송, 공영 라디오방송 NPR,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2월14일까지 기자실 내 업무공간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얼리엇 대변인은 “새로운 연례 매체 순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방부 기자단 회원사 가운데 새로운 매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NYT 등 4개사가 기자실에서 퇴거하면 트럼프의 ‘극우 책사’였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설립한 인터넷매체 브레이브바트, 케이블방송 원아메리카뉴스, 뉴욕포스트 등 트럼프에게 호의적인 우파 매체들과 디지털매체의 선두주자 격인 허프포스트가 빈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국방부는 이로 인해 NYT 등이 기자단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며 브리핑에도 계속 참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눈엣가시였던 언론사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기자단은 성명을 내고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 모두에서 수십년간 국방부를 취재하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매체들을 배제하려는 이례적인 움직임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독립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보도 매체의 펜타곤(국방부 청사) 접근을 방해하기 위해 고안된 조치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정부효율부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연방정부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인사관리처는 지난달 28일 연방 공무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월6일까지 ‘퇴직 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사무실 복귀 의무를 면제하고 9월30일까지 최대 8개월치 급여를 보장하는 일종의 ‘희망퇴직’을 제안했는데, 이 작업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2022년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메일 제목이 ‘갈림길’(Fork in the Road)로 트위터 인수 직후와 동일한 데다 머스크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에서 인사관리 담당 임원이었던 브라이언 비엘데가 인사관리처 고문을, 마찬가지로 머스크 소유 기업 출신인 어맨다 스케일스가 인사관리처 수석보좌관을 맡았다는 설명이다. 머스크의 측근들은 인사관리처 내 업무 경력이 오래된 일부 직원들의 부서 데이터 시스템 접근 권한도 박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직원들의 사회보장번호, 급여 등급, 근속 기간 등 정보를 독점한 채 은밀하게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셈이다. 사무실 폐쇄를 통한 비용 절감 시도 역시 트위터 인수 직후 때와 비슷하다. 연방총무청은 연방 소유 부동산 2건을 매물을 내놨고 3건은 임대를 종료했다며 “이 같은 부동산 지출 감축 조치로 1100만달러(160억원)를 절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보복성 해고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를 도와 자신을 기소했던 검사들을 해고한 데 이어 수십∼수백 명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면직할 예정이다. 트럼프 수사에 관여한 요원들 면직이 현실화하면 백악관 간섭에서 수사 독립성을 지켜온 FBI의 전통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