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5년 가까이 되면서 재산권 행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돼서도 돌봄이 필요한데, 육아 관련 지원 제도가 생물학적 연령에 묶여 있어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지난달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쏟아진 시민들의 불편 사항이다. 시민 불편을 야기하는 이 같은 서울시의 규제가 7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2025년을 맞아 이른바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건축·토지부터 민생까지 폭넓은 규제 철폐에 나서고 있다. 시는 4월까지 시민 제안을 받아 실생활과 밀접한 규제부터 손을 본다는 계획이다.
2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서울시 본청 소관의 등록규제는 총 768건으로 조사됐다. 부문별로는 국토·도시·개발 관련 규제가 229건(29.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택·건축·도로 관련이 90건(11.7%), 문화공보 70건(9.1%), 지방행정 64건(8.3%), 환경 63건(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개발이나 경제 활성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국토·도시·개발과 주택·건축·도로 관련 규제가 전체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해 관련 규제를 우선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품시장규제지수(PMR)에서도 우리나라는 38개국 중 20위로 평균 수준이었으나, 기업활동 개입(36위), 무역·투자 장벽(36위) 등 부문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해 경제 관련 규제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연초 ‘규제 철폐’를 화두로 던지고 규제 철폐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 시장은 신년사에서 “규제 권한의 절반을 덜어내겠다는 각오로 올해 본격적인 ‘규제와의 전쟁’을 추진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새로 들어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수장으로 하는 정부 자문기구 ‘정부효율부’를 설치하는 등 규제 혁신을 추진하는 글로벌 흐름과도 발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이후 시는 한 달 만에 8개의 규제를 철폐하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일주일에 2개꼴이다. 이를 통해 용도 비율 완화, 환경영향평가 면제 확대 등 건축 관련 정책부터 공원 내 상행위 제한적 허용, ‘서울매력일자리’ 연령 상한(기존 65세) 폐지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정책까지 다양한 규제가 풀렸다. 특히 1호 정책으로 ‘용도 비율 완화’를 내걸어 시 규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개발 관련 규제의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주거복합건축물의 상가 비율을 연면적 20%에서 10%로 낮춰 주거시설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해 주택 공급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시는 규제 철폐 절차를 간소화해 속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시는 4월12일까지 100일간 시정에 관련 불합리한 규제를 신고할 수 있는 ‘집중신고제’를 운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규제에 대해선 오 시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민간전문가들 자문기구인 ‘규제철폐 전문가 심의회’를 가동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심의회는 제안된 규제 중 즉각적인 철폐가 어렵거나 이견이 있는 안건을 심의하고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종합적인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시민 제안을 통해 생활과 밀접한 규제 발굴에도 나선다. 시는 지난달 시민의 규제철폐 제안을 수렴하기 위한 온라인 창구를 마련했다. 그간 범정부 규제 건의 창구인 ‘규제개혁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받았지만, 국무조정실을 경유해 들어오는 구조라 신고 접수와 동시에 심사할 수 있는 창구를 새로 열었다는 설명이다. 이곳을 통해 접수된 내용 중 우수 제안 10건을 선정해 약 10만원 상당의 부상을 지급할 예정이다. 시민 일상과 기업의 영업 활동에 미치는 파급력과 체감도가 높은 규제를 중심으로 선정한다.
오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 철폐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을 살리는 가장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수단”이라며 “시민이 불편을 느끼는 규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필요 없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 서울을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