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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 위기’ 보령 원산도에 9명 대가족 이사 왔다

기사입력 2025-02-03 09:30:18
기사수정 2025-02-03 09: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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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 20년 군생활 정리하고 7남매와 원산도 이주 결정
보령시 따뜻한 환영과 원산도 초·중 통합동문회와 만남이 계기

인구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전입 인구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해양도시 충남 보령시에 2025년 새해 9명이 대가족이 이사를 왔다.

 

보령시는 3일 오천면 원산도에 고태진씨(42) 일가족 9명이 전입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살기 좋은 보령을 만들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로 이주한 고태진씨 가족 사진. 보령시 제공

9명은 고씨 부부와 7명의 자녀들이다. 20년간 군 생활을 해온 고씨는 전역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던 중 보령 해저터널 개통 소식을 접했다. 보령을 방문해 학교를 알아보던 과정에서 우연히 원산도 통합총동문회 신세철 회장을 만나게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고향인 경상도에서 20년 직장인을 보낸 고씨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보령시를 선택하기까지는 신세철 회장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 특히 원산도 광명초등학교의 교육 방향과 학교장의 교육철학이 7남매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교육관과 부합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2023년부터 원산도의 광명초·원산중·효자초·원의중 등 4개 동문회는 통합총동문회를 결성하고 원산도에 하나 남아 있는 광명초 살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3000여만원의 장학금 및 입학축하금을 지원해 입학생 2명과 전학생 2명을 유치했다. 그러나 올해 4명, 2026년 1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어 본교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생의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9명의 대가족이 원산도에 전입하면서 그 중 3명의 자녀가 광명초에 전학하게 되면서 본교 유지에 희망이 생겼다.

 

원산도는 2019년 12월 26일 원산안면대교 개통 전까지 안보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섬이었으나 생활권이 보령인 관계로 육지생활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했다.

 

2021년 12월 국내 최장 해저터널 개통으로 육지와 완전히 연결됐지만, 지역 발전과 인구 증가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인구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 1113명이던 인구는 2024년 1017명으로 96명이나 줄어들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여러 학교가 문을 닫은 가운데, 1937년 개교한 광명초등학교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이마저도 전교생이 12명으로 언제 폐교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충남교육청 기준에 따르면 2년간 신입생이 0명이거나 교직원수가 학생 수보다 많을 경우 본교에서 분교로 조정된다.

 

고씨 일가족의 이주에는 김동일 보령시장과 도의원을 비롯한 보령시 전체가 보여준 따뜻한 관심도 크게 작용했다.

 

고씨는 앞‘으로 보령에서의 어떻게 생활할 곳인가’라는 질문에 “아직까지 생계를 위해 무슨일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보령의 전입자에 대한 아낌없는 지지를 보면 무엇을 하든 잘될 것 같다”며 “행정적 지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정착을 결심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고씨 가족은 오랜 군 생활로 미뤄두었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며, 보령에서의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다. 전역 후 바로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

 

신세철 회장은 “원산도로 전입한 고씨 일가족과 이번 일이 성사되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보령시장과 도의회·시의회 의원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원산도에 둥지를 튼 고씨 일가족에 감사의 뜻으로 이사지원금 300만원과 전입학생 축하금 12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명초등학교에 입학·전입 학생에게는 변함없이 입학 축하금 300만원씩을 지원할 계획으로 앞으로 많은 학생이 광명초등학교에 입학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령=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