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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브렉시트 이후 최초로 EU 정상회의 참여한다

기사입력 2025-02-03 09:37:53
기사수정 2025-02-03 09: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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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밝혀
“영국·EU 간 방위 및 안보 협력 강화해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상으로는 처음 EU 회원국 정상회의에 참가한다. 스타머 총리가 속한 집권 노동당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반대 입장을 취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의 이 같은 행보가 영국의 EU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영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체커스(Chequers)로 초청해 양국 정상회담을 했다. 체커스는 런던 시내에서 60㎞쯤 떨어진 버킹엄셔주(州)에 있는 총리 별장이다. 이 자리에서 스타머 총리는 3일 벨기에에서 열릴 EU 정상회의 참석을 무척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더 많이 나온 이후 영국 정부는 EU 집행부와 영국의 EU 탈퇴에 관한 협상에 착수했다. 4년가량의 지리한 논의 끝에 영국은 2021년 1월1일을 기해 EU 회원국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스타머 총리가 EU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상으로는 최초에 해당한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기회에 영국과 EU 간의 방위 및 안보 분야 협력을 굳건히 다질 계획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군사 지원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의 20%가량을 점령한 채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 협상이 시작하는 경우 우크라이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취임 후 줄곧 전쟁의 조기 종식만 외칠 뿐 우크라이나 원조에 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뺀다면 그 공백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동맹국들이 채울 수밖에 없다. 브랙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EU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것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영·독 정상회담을 마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함께 체커스의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타머 총리는 숄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영국과 EU가 힙을 합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을 저지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을 끊고 또 러시아 방산 업체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향후 푸틴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반드시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영국이 EU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서 이것이 영국의 EU 복귀로 이어질 확률은 낮아 보인다. 지난 17일 스타머 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낸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나는 브렉시트보다는 ‘브리턴’(Breturn)을 더욱 원한다”고 말했다. 브리턴은 브렉시트와 반대로 영국의 EU 복귀를 뜻하는 용어다. 이 같은 투스크 총리의 ‘공개 구애’에도 불구하고 스타머 총리는 브리턴의 실현 가능성이나 추진 여부에 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