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매판매가 전년보다 2.2% 감소하며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는 3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는데, 재화 판매 부진이 3년 내리 지속된 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최근 흐름도 좋지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역시 감소세를 지속했고, 서비스업 생산 중 숙박·음식점업이 3% 이상 줄어드는 등 골목상권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산업생산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증가도 장담할 수 없어 생산 측면에서의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준 것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가 3.1% 줄어든 가운데 음식료품과 같은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판매가 모두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줄었는데,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고금리·고물가, 실질임금 하락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쪼그라든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를 나타내는 또 다른 축인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1.4% 증가했다. 다만, 증가 폭이 전년(3.2%)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며 코로나19 사태가 있던 2020년(-2.0%) 이후 4년 만에 최소 폭을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운수·창고, 금융·보험 등에서 증가했다.
소비는 최근에도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0.6% 감소했다. 수입차 및 가전·가구 감소로 내구재가 4.1% 줄었고,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반영되면서 준내구재도 0.6% 감소했다. 다만 화장품 및 의약품 증가로 비내구재는 1.0%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1.7% 늘며 증가 전환했다. 금융·보험(5.3%), 도소매(2.8%) 등에서 생산이 늘면서다. 하지만 숙박·음식점업에서 3.1% 감소하며 2022년 2월(-6.0%)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작년 산업생산은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2023년보다 1.7% 증가했다. 2023년(1.0%)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광공업 생산은 전기장비, 1차금속 등에서 줄었지만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서 호조세를 보이면서 4.1% 늘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3% 증가했다. 파업 종료에 따른 자동차·부품 생산차질이 해소된 데다 역대 최대 반도체 생산 등에 힘입어 산업생산은 11월 0.3% 줄었다가 증가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반등에 더해 선박·항공기 도입 등 운송장비가 대폭 개선되면서 9.9% 증가했다. 7개월째 마이너스였던 건설기성의 경우 토목은 감소했지만 건축이 늘며 전체적으로 1.3% 늘었다. 지난해 12월 건설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26.0% 감소했다. 다만 건설수주는 4분기 2.5% 늘어 3분기 연속 증가했다. 건설수주는 통상 4~6분기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는 올해 하반기 이후 건설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기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같았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 등에 따른 경기 심리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경제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4분기 산업활동은 지난해 12월 증가에 힘입어 전산업 등 다수 지표가 반등했다. 다만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매판매 회복이 지연됐다”면서 “18조원 경기보강 등 ‘2025년 경제정책방향’ 주요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고,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추가 지원방안을 지속 강구하겠다. 2월 중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범정부 비상수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